서 론
혈변(hematochezia)은 대변에 선홍색의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를 일컫는다. 주로 하부 위장관 출혈을 의미하나 대량(1,000 mL 이상)의 상부 위장관 출혈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트라이츠인대(treiz ligament)를 중심으로 상부와 하부 위장관 출혈로 구분할 수 있으며 하부위장관 출혈의 경우 약 4% 의 사망률이 보고되고 있다[1]. 하부 위장관 출혈을 원인에 따라서 분류하면 해부학적 요인(게실 출혈), 혈관성(혈관이형성, 대장허혈, 방사선 대장염), 염증성(감염성 장염, 궤양성 대장염)과 종양성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본 강좌에서는 하부위장관 출혈 중에서도 급성 출혈로 3차 병원 응급실에 전원되는 환자를 중심으로 진단방법과 실제 임상에서 입원 환자의 많은 수를 차지하는 비폐쇄성 허혈성 대장염과 대량출혈로 문제가 되는 대장 게실 출혈의 임상소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진단적 접근
혈변 환자가 내원 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생체징후의 안정성 여부이다. 생체징후가 불안정하다면 출혈병소를 찾기 위한 노력보다는 수혈을 통한 생체징후의 회복이 우선이다. 비위관(nasogastric tube) 삽입을 통해 상부 위장관 출혈을 확인할 수 있으며 혈변의 성상을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출혈 병소의 감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선한 붉은색의 출혈인 경우에는 좌측대장 기원의 출혈을 어두운 적갈색의 출혈인 경우에는 우측대장 기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량출혈인 경우에는 우측대장 출혈도 신선한 붉은색의 출혈을 보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출혈병소로 하부위장관이 의심된다면 대장내시경을 이용한 접근을 시도하며 대장내시경 결과에 따라 아래의 권고지침에 따라 진단적 접근을 시도한다(Fig. 1) [2].
상부위장관 내시경
대장내시경을 시도하기에는 환자 상태가 불안정하고 비위관 검사에서 출혈소견이 보일 경우에는 상부위장관 내시경을 우선 고려한다. 비위관 흡입물에서 출혈소견뿐 아니라 담즙 또한 관찰되지 않는 경우에는 드물지만 유문부 협착에 의한 위음성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상부위장관 내시경을 고려해야 하겠다.
대장내시경
대장내시경은 하부 위장관 출혈의 병소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조직검사와 함께 치료적인 시술이 가능하나 대량출혈의 경우 좌측대장의 병소는 확인이 가능할 수 있으나 우측대장의 병소는 불량한 시야로 확인이 어렵다. 대장내시경 검사 중 지속적인 출혈이 관찰된다면 더 이상의 검사 진행보다는 혈관조영술로의 전환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
출혈병소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전체 위장관 출혈 환자의 약 10-20% 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으며 이 중 약 반수(5% )에서는 반복적인 출혈을 일으켜 임상적으로 문제가 된다[3]. 이와 같은 경우에는 소장에서 기원한 출혈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때에는 캡슐내시경이나 이중풍선 소장내시경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캡슐내시경은 검사가 간편하나 검사 전 소장의 협착을 반드시 배제한 가운데 검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중풍선 소장내시경은 침습적이고 검사시간이 길어 환자가 고통스러우나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허혈성 대장염 및 대장 게실 출혈
허혈성 대장염
비폐쇄성 허혈성 대장염(nonocclusive colonic ischemia)환자를 응급실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환자가 고령이며 혈압, 당뇨와 같은 혈액순환 장애의 기저 질환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내원 전에 허혈성 손상을 받을 수 있는 혈압강하의 병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위치는 주로 좌측 대장의 혈관 분기점 부위(watershed area)가 침범되며 직장이 침범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액과 전해질 보충의 보존적인 치료만으로 합병증 없이 회복되나 심하게 온 경우에는 광범위 항생제 치료나 대장 천공의 위험성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