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황색포도구균(Staphylococcus aureus)은 높은 사망률을 가진 병원균으로 1961년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구균(methicillin- resistant S. aureus, MRSA)이 처음 보고된 후로 그 발병률이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는 병원획득 감염의 가장 중요한 원인균으로 생각되고 있다[1]. MRSA 감염은 주로 병원이나 의료시설을 통하여 발생하며 고령, 최근 입원병력, 투석, 장기요양기관 재원, 최근의 항균제 치료, 면역저하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2]. 그러나 1990년대 미국 Minnesota와 North Dakota에서 건강한 4명의 소아들이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는데 MRSA가 원인균으로 확인되면서 지역사회획득 MRSA (community-acquired MRSA, CA-MRSA) 감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였고 이후 세계적으로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2]. 일반적으로 CA-MRSA는 MRSA 감염의 위험인자가 없는 환자로부터 외래에서 또는 입원 후 48시간 내에 MRSA가 분리된 경우로 정의한다[2]. CA-MRSA감염은 병원획득 MRSA 감염과는 구별되는 특징들을 가지는데 임상적으로 피부 및 연조직 감염의 형태가 흔하며 β- lactam 계열 이외의 항생제에 감수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특정한 메티실린 내성 유전자형과 연관되어 있다[3]. 그러나 CA-MRSA 폐렴은 흔치 않으며 특히 국내에는 이에 대한 보고가 매우 드문 실정이다. 이에 저자들은 최근 성인에서 발생한 CA-MRSA 폐렴 1예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더불어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남자, 57세
주 소: 호흡곤란
현병력: 입원 5일 전부터 기침, 농성가래, 근육통, 그리고 호흡곤란이 발생하였고, 입원 1일 전부터 호흡곤란이 악화되어 2차 병원 방문 후에 본원 응급실로 전원되었다.
과거력: 약 15년 전 위암으로 위아전 절제술을 받았고 약 5개월 전 당뇨병과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을 받았으나 약물 치료는 받지 않았다. 폐결핵 등의 폐질환의 병력은 없었고 최근 3개월간 입원의 병력도 없었다.
개인력 및 가족력: 20갑년의 흡연력이 있었으나 비음주가였으며 가족력상 특이사항은 없었다.
진찰 소견: 입원 당시의 활력징후는 체온 36.6℃, 혈압 160/48 mmHg, 심박수 134회/분, 호흡수 22회/분이었고 급성 병색을 보였다. 흉부 청진 시 양측 폐야에서 흡기 동안 수포음이 들렸다
검사실 소견: 말초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6,930/μL (호중구 96.7%), 혈액화학 검사상에 C-반응단백질(C-reactive protein, CRP)이 32.48 mg/dL, procalcitonin은 20.62 ng/mL로 상승되어 있었다. 동맥혈가스분석 검사상 PaO2는 57.2 mmHg, 산소 포화도는 90.7%로 저산소혈증을 보였다.
치료 및 경과: 입원 당시의 임상상과 방사선학적 소견을 근거로 지역사회획득 폐렴으로 진단하였고 경험적 항생제로 cefotaxime 및 azithromycin을 병합 사용하였으나 임상상의 뚜렷한 호전은 없었으며 흉부방사선사진상의 폐경화 소견도 악화되었다. 입원 당일 시행한 혈액배양 검사는 음성이었으나 가래배양 결과 erythromycin, clindamycin, ciprofloxacin, linezolid, 및 vancomycin에 감수성을 가진 MRSA가 동정되었다(Table 1). 입원 5일째, 항균제를 teicoplanin 및 moxifloxacin으로 교체하였으며 이후 환자의 증세는 서서히 호전되었다. 말초혈액 백혈구 수치와 혈청 CRP 수치도 감소되었고 단순흉부방사선촬영상 입원 당시 보이던 양쪽 폐의 미만성 경화소견도 호전되었다(Fig. 1C).
분자역학적 분류: 환자 가래에서 동정된 균주의 MRSA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nuc 및 mecA 유전자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279bp의 nuc 유전자와 533bp 크기의 mecA 유전자가 검출되어 MRSA 균주인 것으로 확인되었다(Fig. 2). MRSA 균주의 분자유전학적 분류를 위하여 Staphylococcal cassette chromosome mec (SCCmec) 형결정(typing), multilocus sequence typing (MLST) 및 Staphylococcal protein A (spa) typing을 시행하였다. SCCmec typing은 Oliveira 등[4]의 방법에 따라 8 loci (A-H)의 유전자 부위에 특이적인 primer set을 사용하여 multiplex-PCR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본 증례의 균주는 342bp 크기의 locus D에 해당하는 유전자 부위만 증폭되어 제IV형으로 확인되었다(Fig. 3). MLST 분석은 Enright 등[5]의 방법에 따라 7개의 관리유전자(housekeeping gene)인 arcC, aroE, glpF, gmk, pta, tpi, yqiL에 대한 PCR 및 염기서열 분석을 시행한 후 MLST 웹사이트의 데이터베이스(http://saureus.mlst.net)를 통해 결과를 분석한 결과, ST1765로 확인되었다. Koreen 등[6]의 방법에 따라 시행한 spa typing 결과는 Ridom spaServer (http://www.ridom.de/spaserver/)를 이용하여 t324로 확인되었다. 이상의 결과를 토대로 가래에서 분리된 MRSA 균주의 분자형은 ST1765-MRSA-IV (MLST type-SCCmec type)로 결정되었다.
고 찰
CA-MRSA 균주는 병원획득 MRSA와는 다른 분자유전학적 차이점과 항생제 감수성을 보인다[3]. MRSA 균주는 거의 모두 mecA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mecA 유전자의 산물로서 β-lactam 계열 항생제에 대한 친화성이 낮은 penicillin-binding protein 2a (PBP2a) 단백을 생산한다. mecA 유전자는 SCCmec이라는 이동성 유전자(mobile genetic element)에 위치하며 크기와 구조가 다른 다섯 가지 형(I-V)으로 분류된다. 병원획득 MRSA가 SCCmec I-III 형을 가지는 것과 달리 CA-MRSA는 대부분 SCCmec IV형을 가지는데, SCCmec IV형은 다른 SCCmec 형에 비해서 크기가 작고 쉽게 전달될 수 있으며 이외의 다른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매개하는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병원획득 MRSA가 다제 내성을 보이는 반면에 CA-MRSA는 메티실린에 대해 내성을 보이면서β-lactam 계열이 아닌 항생제에 감수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3]. 본 증례의 환자에서 동정된 황색포도구균은 oxacillin최저억제농도(minimal inhibitory concentration, MIC)가 4 ug/mL 이상이었으나 기타 clindamycin 등의 항생제에 감수성을 보였다(Table 1).
2005년 국내7개 병원에서 황색포도구균이 분리된 3,25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한 연구에서 58.4%가 MRSA였고, 그 중 5.9%가 CA-MRSA였다[7]. 이 가운데 피부 및 연조직 감염이 가장 흔하였고 화농성 관절염 등의 침습성 감염이 있었으나 폐렴의 경우는 1예도 없었다. 또한 국내에서 CA-MRSA 폐렴이 보고된 것은 1예에 불과할 정도로 CA-MRSA 폐렴은 드문 실정이다[8]. CA-MRSA 폐렴은 건강한 젊은 성인에서 A형 인플루엔자 또는 상기도 감염 후에 가을 또는 겨울철에 호발하고 패혈성 쇽으로 빠른 진행을 보이면서 40% 이상의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방사선학적으로 다발성 폐침윤 및 공동을 동반한 괴사성 폐렴의 양상을 보인다[3,9]. 본 증례의 경우 패혈성 쇽을 동반하지는 않았으나 방사선학적으로 양측 폐에 다발성 경화를 보였다. 이와 같은 임상적 특징은 CA- MRSA 균주가 가진 특정 독소들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 황색포도구균의 독소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나 병원획득 MRSA 균주에서 발견되지 않으면서 CA- MRSA 균주가 가진 것으로 알려진 독소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Panton-Valentine leukocidin (PVL)으로 피부감염증, 괴사성 폐렴 등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9]. 이러한 PVL은 호중구 화학주성, 활성화와 세포독성을 나타내는 인자들을 분비시켜 조직 손상을 일으킨다[9]. 그러나 최근 PVL 음성인 CA-MRSA가 분리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PVL의 병인론적 역할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1].
지금까지 국내 CA-MRSA에 대한 연구[7,10]에서는 ST72- MRSA-IV가 가장 흔한 유전형이었고, spa type은 t664와 t324형이 대부분을 차지하여 병원획득 MRSA의 흔한 유전형인 ST5, ST239 등과는 다른 유전형으로 나타났다. 본 증례의 경우는 ST1765-MRSA-IV 및 t324로 확인되었는데 ST1765는 이전 국내 연구에서 보고된 바가 없는 CA-MRSA의 형태이나 ST72와 비교하여 7개의 관리유전자들 중 1개 유전자의 일부 염기서열만이 다르고 ST72 균주에서 흔한 t324 spa 형으로 나타나, 본 증례의 균주는 ST72 MRSA 균주의 변종일 것으로 생각한다.
CA-MRSA 폐렴은 통상적인 지역사회획득 폐렴에 대한 항생제 치료로는 임상경과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항생제 선택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CA-MRSA 폐렴이 극히 드물지만 전세계적으로 CA-MRSA 감염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중증 폐렴의 주요 병원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비교적 젊은 연령의 지역사회획득 폐렴 환자에서 방사선학적으로 다발성 경화를 보이면서 통상적인 항생제 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CA-MRSA 폐렴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