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알레르기 비염은 성인과 소아 모두에서 가장 흔한 만성 질환 중의 하나이며 그 유병률은 대략 20% 정도이다[1]. 알레르기 비염은 그저 성가신 증상 정도로만 여겨져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하지 않은 경우 치료하지 않거나 증상이 있더라도 일반의약품으로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알레르기 비염에 의한 삶의 질 저하는 상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흔히 기관지천식, 알레르기 결막염, 부비동염, 중이염, 수면장애 등의 여러 가지 질환들을 동반하는데(Table 1) [1,2] 알레르기 비염의 악화는 동반질환들을 악화 또는 발생시키며 이는 단순히 알레르기 비염 치료만으로 호전되지 않는다. 따라서 알레르기 비염을 별개의 질환이 아니라 알레르기 염증성 전신 질환으로 이해하여야 하며 알레르기 비염을 진단하고 치료할 때 흔한 동반질환을 같이 평가하고 치료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에 저자는 여기에서 표 1에 나열한 흔한 알레르기 비염의 동반질환들에 대해서 요약하고 그 임상적인 의의에 대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기관지천식
천식과 비염은 모두 만성 염증성 기도 질환으로 역학, 병태생리, 임상적으로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두 질환이 별개의 질환이라기보다는 표적기관을 달리하여 표현되는 동일한 염증반응에 의한 ‘하나의 기도 질환’(one airway, one disease)으로 인식하고 있다[1].
역학
병인기전
천식과 비염에서 코점막과 기관지점막은 조직병리학적으로 매우 유사하나 다른 점도 있다. 기관지에는 기도평활근이 있어 기관지수축을 유발하는 반면에 비강에는 혈관 네트워크가 발달하여 세혈관 확장에 의한 코막힘을 유발한다[1]. 천식과 비염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기전은 다양하다. 1) 비강-기관지 반사(nasobronchial reflex)로 코의 감각세포가 자극을 받아 반사궁을 통해 기관지수축을 일으킨다는 가설, 2) 비염에 의한 코막힘으로 구강호흡이 증가하여 기관지가 알레르겐에 과다노출되어 기도염증이 증가한다는 가설, 3) 비염의 염증매체들이 후비루을 통해 기관지로 흡인되어 기도 수축 및 기도염증을 유발한다는 가설, 4) 비강과 기관지가 전신면역반응으로 서로 연결되어 알레르기 염증반응을 공유한다는 가설 등이 제시되었다[1,2].
치료
비염과 천식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는 두 질환의 치료지침을 각각 참고하여 같이 치료하여야 한다[1,10]. 항히스타민제는 천식의 치료에 추천되지 않는다.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는 알레르기 비염뿐만 아니라 천식으로 인한 입원과 응급실 방문 같은 천식의 악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흡입스테로이드보다 천식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다.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천식과 비염의 치료에 모두 효과적이다. 천식을 동반한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에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천식과 비염의 중증도를 고려하여 타약제와의 병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알레르기 면역치료는 알레르기질환을 완치시킬 수 있는 유일한 치료로서 천식과 비염의 치료에 모두 효과 있다. 특히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개, 고양이 비듬이 원인 항원일 경우 효과적이다. 최근에 중증천식에서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항 IgE 항체도 천식과 비염의 치료에 모두 효과 있다.
결론적으로 알레르기 비염 환자를 진료할 때 반드시 천식에 대한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문진, 신체 검사, 폐기능 검사 등으로 시행되어질 수 있다(Fig. 1). 마찬가지로 천식 환자에서도 비염의 동반 유무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천식과 비염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에는 두 질환을 함께 치료하여야 하며 두 질환이 동반되어 있지 않다면 향후 발병할 위험성을 염두에 두고 진료에 임하여야한다.
알레르기 결막염
알레르기 안질환은 주로 결막염으로 나타난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대부분은 증상이 경미한 계절성 또는 통년성 알레르기 결막염(seasonal or perennial allergic conjunctivitis)이고 그 외 아토피 피부염과 동반된 아토피 각결막염(atopic keratoconjuctivitis), 주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봄철 각결막염(vernal keratoconjuctivitis) 그리고 콘택트렌즈 사용자들에서 나타나는 거대유두결막염(giant papillary conjunctivitis) 등이 있다[11,12]. 여기서는 내과의들의 흔히 접할 수 있는 계절성 또는 통년성 알레르기 결막염에 대해서만 상술하고 나머지 질환들은 표 2에 간략히 나타내었다(Table 2) [1].
계절성 또는 통년성 알레르기 결막염
흔히 말하는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결막이 공기 중의 알레르겐에 노출되었을 때 알레르겐이 결막의 IgE 항체와 결합하여 비만세포로부터 히스타민 등의 여러 가지 매체가 분비되어 발생한다. 대부분의 경우 알레르기 비염과 동반되어 발견되며 알레르기 비염의 진단 없이 알레르기 결막염으로만 진단되는 경우는 드물다. 약 80%의 환자에서 눈 및 코증상을 같이 호소한다. 꽃가루 등의 실외항원에 의한 계절성 알레르기 결막염이 집먼지진드기 등의 실외항원에 의한 통년성보다 더 흔하며 증상도 심하다.
진단은 대부분에서 자세한 병력청취와 진찰로 가능하다. 병력에서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의 알레르기 질환의 유무가 중요하다. 주로 양안 모두에 증상이 있으며, 눈의 충혈, 소양감, 눈물 흘림, 작열감이 나타난다. 눈부심 증상은 드물다. 치료는 원인물질을 제거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원칙이며 약물 치료로는 항히스타민제를 점안액으로 주로 사용하며 심한 경우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사용할 수 있으나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의 부작용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인공눈물은 알레르기항원이나 염증매체를 희석시키고 씻어내 주어 증상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으며 차갑게 보관된 경우에 보다 효과적이다. 냉찜질 또한 부종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경구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비염 등 전신적인 알레르기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 효과적이다.
부비동염 및 비용종
알레르기와 부비동염 및 비용종과의 상관관계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부비동염 및 비용종의 발생에 관여할 것으로 보고하였다.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서 비유발시험 후 또는 꽃가루 계절에 부비동염이 발생하였으며[13,14] 혈청 총 IgE 항체치와 부비동의 점막두께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었다[15]. 만성 비부비동염(chronic rhinosinusitis) 환자에서 아토피 유병률이 높았는데, 한 연구에서는 비부비동염으로 수술을 시행받은 환자의 84%에서 흔한 흡입항원에 감작되었으며 집먼지진드기 등의 통년성 항원에 대한 감작률이 꽃가루 등의 계절성 항원보다 높았다고 보고하였다[16]. 만성 비부비동염에서 진균에 대한 감작과 만성 비부비동염의 연관성은 아직까지 잘 모른다. 만성 비부비동염의 주된 내과적 치료는 항생제와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이다[11]. 항히스타민제는 추천되지 않지만 동반된 알레르기 질환이나 비부비동염의 증상을 경감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복적이고 심한 만성 비부비동염에서 부비동내시경수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삼출성 중이염
알레르기와 삼출성 중이염(otitis media with effusion)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데, 많은 연구에서 일반 모집단의 알레르기 유병률에 비해서 삼출성 중이염 환자에서 알레르기의 유병률이 높다고 보고하여 알레르기가 삼출성 중이염의 중요한 원인인자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한다[17]. 그 기전으로는 중이점막이 알레르기에 대한 표적장기로 직접 작용하거나 코나 비인두의 알레르기 염증세포에서 유리되는 사이토카인과 염증매체들에 의해 이관 기능장애에 등이 있다. 실제로 알레르기 환자의 중이 저류액에서 알레르기 염증세포들과 염증매체들이 증명되었으며 중이점막에서 호산구와 IL-4와 IL-5의 mRNA 양성 세포들의 증가가 보고되어 알레르기 염증반응이 삼출성 중이염의 발생에 기여함을 보였다[18].
아데노이드 비대증
아데노이드는 비인두에 위치하는 림프조직으로 편도와 함께 구강 및 비강을 통해 침입하는 병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방어 작용을 하는 면역기관으로 아데노이드 비대증은 소아에서 흔하다[19]. 아데노이드가 비대해지면 코막힘, 비음, 구강호흡, 코골이 등의 증상을 유발하며 심하면 항상 입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얼굴의 발달 이상과 부정교합을 유발할 수도 있다(adenoid face). 아데노이드 비대증에서 알레르기의 역할은 명확하지 않지만 알레르기 환자의 아데노이드에서 CD1a+ Langerhans 세포와 호산구, IL-4와 IL-5 mRNA /양성 세포들이 증가하였다고 보고되어 알레르기 염증이 아데노이드 비대증에 관여함을 알 수 있다[18,20]. 아데노이드 비대증 환자에서 항히스타민제의 효과는 불분명하나 비강내 스테로이드제는 아데노이드의 크기를 줄이고 관련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장애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서 수면장애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ARIA (allergic rhinitis and its impact on asthma)지침에서는 수면장애 유무를 알레르기 비염을 경증 또는 증등증-중증으로 분류하는 하나의 인자로 제시하였다[1]. 알레르기 비염에 의한 코막힘은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데, 코막힘이 전체 기도저항을 증가시키고 구강호흡을 유발하여 하악과 설근부의 후하방 전위를 일으키며 분당 환기량의 감소를 일으켜 이산화탄소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기전으로 수면호흡장애와 연관되는 것으로 생각된다[21].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알레르기 비염 환자에서 정상대조군에 비해서 수면유도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3배(24% vs. 8%), 수면유지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두 배로 높았다(31% vs. 13%). 수면호흡장애 환자에서 알레르기 비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코막힘 및 기도저항을 감소시켜 주관적인 증상의 호전과 함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21].
한편, 소아 알레르기 비염 환아의 경우 흔히 동반되는 편도아데노이드 비대증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할 수 있다. 편도비대증이 있는 학동기 아동들에서 그렇지 않은 아동들에 비해서 알레르기 비염의 유병률이 높았고(29.7% vs.8%) [22] 습관적으로 코골이를 하는 학동전기 아동들에서 대조군에 비해서 유의하게 흡입 알레르겐에 대한 감작률이 높았으며 이들 흡입 알레르겐에 대해 양성반응을 보인 환아에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유병률이 높았다[23]. 이런 환아들에서 주간졸림증, 집중력 장애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코골이가 있는 알레르기 비염 환아에서 편도아데노이드 비대증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
만성기침
8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을 만성기침이라고 한다[11]. 상기도기침증후군(upper airway cough syndrome)은 만성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이는 기저질환에 상관없이 비강이나 부비동의 자극 또는 후비루 때문에 기침이 발생하는 경우를 통칭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상기도기침증후군의 흔한 기저질환으로 실제로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약 30%에서 기침을 호소한다[21]. 알레르기 비염에서의 기침은 비염을 치료함으로써 치유된다. 만성기침의 원인으로 알레르기 비염을 간과하는 경우 기침이형천식이나 천식조절 실패로 오인하여 불필요하게 천식 치료 약제를 증량하게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항시 주의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