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완전방실차단은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0.04%의 유병률을 보이는 드물지만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응급 질환이다. 증상은 비특이적이지만 혈역동학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심전도의 해석과 동시에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완전방실차단은 전도계 일부분을 침윤하거나 섬유화 또는 손실시키는 다양한 병적 상태로 인해 발생한다. 그 예로 약물, 퇴행성 질환, 감염성 질환, 류마티스 질환, 신경근육 질환, 허혈성 심 질환, 대사적 요인, 독소 등이 있다[1]. 이 중 약물로 인한 완전방실차단의 경우는 가역적인 경우가 많고 진료 지침에서도 우선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약물을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2]. 본 증례에서 원인으로 추정되는 달맞이꽃 종자유는 흔히 건강보조식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전도계 이상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예가 없어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31세 여자
주 소: 흉부 불편감, 어지럼증
현병력: 일주일 전 계단 오르던 중 평소와 다르게 흉부 불편감과 어지럼증, 숨찬 증상이 있었으나 치료 없이 지내다 흉부 불편감, 어지럼증이 지속되어 내원하였다.
사회력과 가족력: 특이사항 없음
과거력: 내원 한 달 전부터 달맞이꽃 종자유를 1일 2회, 1회 1캡슐을 복용하였으며, 1캡슐에 evening primrose oil 1,500 mg, gamma linolenic acid로 120 mg이 포함되었다. 한 달간 evening primrose oil로 90 g, gamma linolenic acid로 7.2 g을 복용하였으며, 일반적으로 하루 evening primrose oil 8 g까지의 복용이 권장되어 과다복용의 가능성은 낮았으며 이외 다른 약물의 복용은 없었다.
이학적 소견: 환자 170 cm의 키에 체중은 69 kg이었으며 내원 당시 활력 징후는 맥박 38회/분, 수축기 혈압은 100 mmHg, 이완기 혈압은 55 mmHg, 체온은 36.5°C 그리고 호흡수는 20회/분으로 측정되었다.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흉부 청진상 심잡음이나 수포음은 들리지 않았으며, 복부 소견은 정상이었으며, 양하지의 부종은 없었다.
검사 소견: 일반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수는 4,700/mm3로 정상이었고, 혈색소 11.6 g/dL, 헤마토크리트 34.5%, 혈소판 211,000/uL였다. 혈청 생화학 검사에서는 AST 90 U/L, ALT 127 U/L로 증가하였고, high-sensitivity C-reactive protein (hs- CRP)도 1.038 mg/dL로 상승했다. 신 기능 검사는 blood urea nitrogen 7.3 mg/dL, creatinine 0.7 mg/dL로 정상 소견이었으며 전해질 검사 및 갑상선 기능 검사 또한 정상이었다. 심근 효소는 CK 70 U/L, creatine kinase myocardial band 0.18 U/L, troponin I 0.002 ng/mL로 정상이었으며, B-type natriuretic peptide는 321.89 pg/mL로 상승했다.
방사선 소견: 단순 흉부 X-선 검사상 심비대 및 폐 실질내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심전도 소견: 방실해리와 함께 분당 38회의 심실박동수를 갖는 완전방실차단 소견을 보였다(Fig. 1).
심초음파 소견: 심박출률은 67%로 정상 소견이었으며, 국소 벽운동 장애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임상경과: 입원하여 복용 중인 달맞이꽃 종자유를 중단하였고, 수액 치료하며 경과 관찰하였다. 입원 후 2일째에 심전도 검사에서 완전방실차단 소견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으며, 입원 5일째에, 혈액 검사에서 상승되었던 AST 28 U/L, ALT 43 U/L으로 정상화되었고, hs-CRP는 0.136 mg/dL도 감소하였고, B-type natriuretic peptide 또한 18.17 pg/mL로 정상 소견을 보였다. 또한 신 기능 검사도 BUN 9.3 mg/dL, Creatinine 0.8 mg/dL로 정상 소견을 보였다. 더 이상의 증상 호소가 없어 퇴원하였으며, 이후 4개월 뒤 외래로 내원하였고, 특별한 증상이 없었으며, 심전도 소견 역시 정상 소견을 보였다(Fig. 2). 환자는 외래 내원 이후 더 이상 추적 관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고 찰
방실차단은 흔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임상경과를 보이며 때로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다. 다양한 약물이 전도 장애를 유발하여 방실차단을 일으키며, 그중 digitalis, 베타차단제, 칼슘채널길항제가 가장 흔한 약물이다[3]. 임상에서 흔히 쓰이는 약물을 제외하고 건강보조식품으로 쓰이는 물질도 때때로 전도 장애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Lee 등[4]은 38세 남자에서 울금에서 추출한 커큐민을 포함한 환약을 1개월 동안 복용 후 발생한 일시적인 완전방실차단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전도 장애를 일으킬만한 다른 원인을 모두 배제하고, 커큐민을 포함한 환약을 다시 복용하였을 때 방실차단이 다시 유발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특별한 증상이나 전도 장애가 환약을 중단한 이후 6개월간 보이지 않았다.
Kolettis 등[5] 또한 38세 남자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완전방실차단에 대해 보고하였는데, 이는 금연보조제로 만들어진 약초 혼합물로 인해 발생하였다. 이 환자에게 일시적 심박동기를 사용하였고, 7일째 정상 심박동을 보여 일시적 심박동기를 제거하였다. 퇴원 후 7개월간 특별한 증상이나 전도 장애를 보이지 않았다.
본 증례에서 원인으로 추정되는 달맞이꽃 종자유는 아토피 피부염, 류마티스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전자간증, 월경전증후군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 임상적인 증거는 크지 않은 상태이다[6]. 달맞이꽃 종자유 복용에 따른 보고된 부작용으로는 두통(22건), 오심(19건), 불안(17건), 호흡곤란(16건), 피로(15건), 흉통(14건), 권태(13건), 어지럼증(12건), 통증(12건), 고혈압(12건), 완전방실차단(5건) 등이 있었으며, 완전방실차단이 보고된 5건 모두 40대 여성에서 관찰되었다[7].
기존에 완전방실차단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약물들과, 더불어 앞서 언급한 Lee 등[4], Kolettis 등[5]의 보고에서 보이는 것처럼 일시적인 가역적 완전방실차단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약물도 존재할 것이다. 본 증례의 환자에서는 큰 합병증 없이 달맞이꽃 종자유 복용을 중단하고 보존적인 치료를 하는 것만으로 정상 심박동으로 회복되었으나, 심박동기를 사용하지 않고, 완전방실차단으로 인한 실신을 경험하는 경우 1년 생존율이 50%에서 70% 정도로 알려져 있다[8].
최근 임상지침에 의하면 약물에 의한 방실차단과 같이 정상 심박동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경우는 영구형 인공심박동기 삽입을 일반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2]. 따라서 실제 임상에서 철저한 환자 병력 청취와 약물, 특히 승인되지 않은 약물이나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확인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기존 연구를 보면 본 증례와는 달리 허혈성 심 질환 등의 심 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고령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9,10]. 또한 기존에 알려진 베타차단제나 칼슘채널길항제 같은 약물이 아닌 본 증례와 같은 건강보조식품이나 한약을 복용한 경우 그 원인이나 기전을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본 증례보고의 제한점은 첫째, 달맞이꽃 종자유 복용이 일시적이며 가역적 완전방실차단을 일으키는 기전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과 둘째, 유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인과성을 뚜렷하게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 증례의 환자는 달맞이꽃 종자유 외 다른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으며 복용 중단 후 정상 심박동으로 돌아온 것을 보아 그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본 증례에서 달맞이꽃 종자유의 복용을 중단 후 정상 심박동으로 돌아 왔지만, 나이가 많고 심 질환이 동반되었다면 원인이 되는 약제를 중단 후에도 정상 심박동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약물이 숨겨져 있던 방실차단을 드러나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약물 중단 같은 보존적 치료로 해결되지 않고 영구형 인공심박동기의 삽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헌고찰을 토대로 저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약물 및 건강보조식품 복용의 위험성에 대해 의료인으로서 대중들에게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바이다. 또한, 임상에서 이런 환자들이 병원에 내원했을 때 철저한 병력 확인과 더불어, 특히 고령의 환자의 경우, 심장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에 대한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방실차단 환자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방실차단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퇴원 후에도 외래에서 반드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