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기준 IV 이해하기: 기능성 변비와 항문직장 질환
Understanding the Rome IV: Functional Constipation and Anorectal Diso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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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We used mainly the Rome diagnostic criteria to diagnose functional gastrointestinal disease (FGID). The revised Rome IV was announced in 2016. Rome IV is the recognition that a considerable overlap exists between some of the FGIDs and that they may exist as part of a spectrum, rather than discrete disorders. Based on this concept, the Rome IV criteria for functional constipation and anorectal disorders are newly revised. We review the background and content of the Rome IV diagnostic criteria and introduce the multidimensional clinical profile using clinical cases. These revised criteria will be helpful for adequately diagnosing and managing these patients in actual clinical practice.
서 론
변비는 증상에 기초한 진단으로, 일반적으로 배변 횟수가 적은 경우를 변비로 간주하지만, 이외에도 단단하게 변을 보거나 배변 후 잔변감이 있는 경우, 배변할 때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항문이 막히는 느낌을 받거나 손가락으로 항문 주위를 누르는 등의 수지조작을 해야 변을 보는 것 등 다양한 증상이 포함된다[1]. 변비와 관련한 기능성 질환으로는 기능성 변비(functional constipation, FC)와 기능성 배변 질환(functional defecation disorder, FDD)이 해당된다. 임상에서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을 진단하기 위하여 로마 기준을 주로 이용하고 있으며, 2016년 개정된 로마 기준 IV가 발표되었다[2]. 로마 기준 IV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전 로마 기준과는 달리, 기능성 위장관 질환들 간에 일부분은 서로 중복되어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각각의 기능성 질환이 별개의 질환이기보다는 증상이 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3]. 또한 환자의 진단 및 치료 방법의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다차원 임상 프로파일(multidimensional clinical profile, MDCP)을 구체화하여 제시하고 있다[4]. 본고에서는 2016년 개정된 로마 기준 IV의 범주 C에 해당하는 장 질환(bowel disorders) 중에서 변비와 범주 F에 해당하는 항문직장 질환(anorectal disorders)을 중심으로 진단기준의 변경 배경과 내용을 알아보고, 증례를 통해 MDCP를 적용하여 실제 진료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전반적인 개정의 배경
하부 위장관 부분, 즉 범주 C와 F에 해당하는 로마 기준 III과 로마 기준 IV는 표 1과 같다[2,5]. 장 질환 중 변비에서의 로마 기준 IV의 변화는 아편유사제로 인한 변비(opioid-induced constipation, OIC)를 FC와 구분하여 장 질환 부분의 카테고리로 새롭게 추가하였고, FC와 변비형 과민성 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with predominant constipation, IBS-C)을 비롯한 장 질환이 증상 발현의 한 스펙트럼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개념이 변화하였다[6]. 임상적 특징의 중복은 IBS-C와 FC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7,8], 동반되는 통증의 정도에 의해 서로 진단이 변화될 수 있고, 시간에 따른 배변습관 변화와 연관되어 IBS의 아형이 서로 교차될 수도 있다. 또한 IBS와 기능성 소화불량 혹은 FC와 골반저 협동 장애(pelvic floor dyssynergia)가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임상 시험에서는 구체적인 진단기준이 약물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임상 진료에서는 한 환자에서의 진단이 다른 진단으로 바뀔 수도 있고, 중요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진단이 복합적으로 함께 내려질 수도 있다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9].
질환별 개정된 로마 기준 IV 소개
기능성 변비
FC는 배변하기 힘들거나 배변 횟수가 적거나 불완전한 배변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는 기능성 장 질환으로 IBS 진단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아야 하고, 복통이나 더부룩함(bloating)이 존재할 수 있으나 주 증상이 아니어야 한다. 증상은 최소 진단 6개월 전에 시작되고 지난 3개월 동안 존재해야 한다. FC의 로마 기준 IV는 로마 기준 III과 큰 변화는 없으나, 몇 가지 부분에서 변화하였다. 첫째, FC 환자에서 복통 혹은 더부룩함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FC 환자에서도 어느 정도의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abdominal discomfort)이 존재할 수 있어 IBS-C와 FC를 복통 유무만으로 별개의 질환으로 구분할 수 없으며, 이러한 변화는 FC와 IBS-C가 연속된 스펙트럼 상에 있고, FC 환자의 1/5 정도까지 복통이 존재한다는 연구를 근거로 한다[10]. 둘째, 증상의 빈도를 “at least 25% of defecations”에서 “more than 25% of defecation”으로 수정하였고, 셋째, 아편유사제의 부작용과 다른 변비 원인을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OIC의 진단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는 FC로 진단해서는 안 되며, 두 가지 경우가 중복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로마 기준 IV에서 FC의 진단기준은 표 2와 같고[6] 이차성 변비는 제외되어야 한다.
아편유사제로 인한 변비
OIC는 아편유사제를 복용하면서부터 배변습관과 배변 형태가 변화되면서 배변 횟수 감소, 힘주기가 필요해지거나 악화되는 경우, 불완전 배변감 혹은 배변습관과 연관되어 환자가 고통을 느끼는 경우로 정의할 수 있다[11]. 종종 분변 매복으로 인한 범람 실금(overflow incontinence)이 있을 수 있고, 아편유사제로 인한 다른 장 질환(역류, 오심, 더부룩함)을 함께 호소할 수 있다. OIC는 아편유사제가 소화기계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면서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의 범주이다. 아편유사제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소화기계에 대한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로마 기준 IV에서는 아편유사제에 의한 소화기계의 영향을 기능성 위장관 질환으로 여겨는 것이 아니라 아편유사제로 인한 부작용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종종 FC가 OIC와 중복될 수 있고 OIC를 악화시킬 수도 있어 OIC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6]. 로마 기준 III에서는 OIC를 따로 분류하지 않았다.
OIC의 진단기준은 표 2와 같으며[6], FC와의 차이는 아편 유사제 복용 시작 시기, 변화시점 혹은 용량을 증가시키면서 변비 증상이 시작되거나 악화된다는 점이다. OIC의 진단 포인트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임상 병력으로, 변비 증상이 아편유사제 복용과 관련이 있는지를 알아내고 변비 형태, 강도, 증상의 빈도를 파악하고 접근하게 되며, 둘째, 신체 검진을 통해 구조적 원인이나 분변 매복 등을 파악하고, 마지막으로 진단적 검사는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하며 검사 기준은 FC와 유사하다. 복부 단순촬영은 분변 매복이나 대변이 분포하는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치료는 FC와 유사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위장관의 아편유사제 수용체가 아편유사제 복용에 의해 활성화되면, 장관의 추진력을 감소시키고, 비추진성 수축을 증가시키며, 췌장, 담낭과 위 분비를 감소시키고 항문압력을 증가시켜 변비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12], OIC의 추가적 치료 방법으로는 아편유사제 수용체 길항제를 사용할 수 있다.
변 실금
변 실금(fecal incontinence)은 반복적으로 의지와 관계없이 대변이 새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는 데 방귀만 단독으로 나오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변 실금은 배변 훈련이 이루어지는 4세 이상에서 진단될 수 있다. 속옷에 대변이 묻는 것은 진정한 변 실금보다는 불량한 위생 상태, 탈출성 치핵(prolapsing hemorrhoids) 혹은 직장 탈출일 가능성이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변 실금 정의에 포함된다. 로마 기준 IV에서는 최소 3개월 동안 최소 4세 이상의 환자에서 반복적으로 의지와 관계 없이 대변이 새어나올 때 변 실금으로 진단하게 된다. 로마 기준 III과의 차이점은 로마 기준 IV 전반에 걸친 중요한 변화인 “functional”이란 용어 삭제가 이 부분에도 적용되어 “functional fecal incontinence”가 “fecal incontinence”로 바뀌었으며[2,5], 이는 뇌-장 상호작용(brain-gut interaction)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로마 기준 III의 정의는 복잡하고 사용하기 불편하여 임상 진료나 연구에 거의 사용되지 못하였고, 항문 초음파, 골반 자기공명촬영 등 정확한 검사 방법들이 있지만 증상 정도와 해부학적 혹은 구조적 결함의 연관성이 불분명한 경우가 흔하였다. 로마 기준 IV의 변 실금 진단 기준이 매우 간소화되어 이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 실금의 로마 기준 III과 로마 기준 IV는 표 3에 기술되어 있다[13,14].
기능성 항문직장통
로마 기준 III에서는 기능성 항문직장통(functional anorectal pain)을 만성 직장통(chronic proctalgia)과 일과성 직장통으로 구분하고, 만성 직장통을 항문거근증후군과 비특이적 항문직장통으로 세분화하였다. 그러나 만성 직장통은 많은 다른 경우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로마 기준 IV에서는 만성 직장통을 삭제하고 기능성 항문직장통을 항문거근증후군, 비특이적 항문직장통과 일과성 직장통의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이는 주로 통증의 지속시간과 항문직장 압통 유뮤로 구분하지만, 상당 부분 겹쳐서 존재한다[13,14].
항문거근증후군은 모호하고 둔한 통증이나 누르는 듯한 느낌이 직장에 있고, 이러한 증상은 종종 서 있거나 누워있을 때보다는 앉아있을 때 악화된다. 진단을 위해서는 만성적이고 반복되는 직장통증이 있고, 통증 지속시간이 로마 기준 III과 달리, 30분 혹은 그 이상 있어야 하며, 치골직장근을 눌러서 뒤쪽으로 견인할 때 압통이 발생해야 한다. 이러한 증상은 최소 6개월 전부터 시작되고 지난 3개월 동안 있어야 한다.
일과성 직장통은 급격하고 심한 통증이 직장에 발생하여 수초에서 수분 정도 지속되다가 완벽하게 사라지는 질환으로 30분까지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통증은 직장에 위치하는 경우가 90%이고 통증이 있는 위치를 잘 구분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로마 기준 III에서의 일과성 직장통의 통증 위치였던 “항문관 혹은 하부직장”을 로마 기준 IV에서는 “직장”으로 변경하였다[13,14]. 빈도는 드물어서 약 반 수에서 1년에 5회 미만인 것으로 보고되었다[15]. 증상이 잠을 깨울 수도 있다.
기능성 배변 질환
FDD는 배변을 시도하는 동안 골반근육이 역설적 수축을 보이거나 부적절한 이완을 보이는 경우 혹은 부적절한 추진력을 보이는 경우로 특징 지워진다. FDD 환자는 종종 과도한 힘주기, 불완전한 배변감과 배변 동안 수지 조작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지만[16], 손가락으로 파내는 경우, 항문통증과 같은 증상 유무로 FDD 환자를 구분할 수는 없다[17-19]. 그러므로 FDD는 증상과 기능 검사를 함께 고려하여 진단해야 한다. FDD의 진단기준은 표 5에 기술되어 있으며[13,14], 부적절한 배변 추진(inadequate defcatory propulsion)과 배변 장애(dyssynergic defecation, DD)로 세분화된다.
로마 기준 III에서는 FDD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FC 환자 기준을 만족하는 전제 조건이 있었으나, 로마 기준 IV에서는 IBC-C와 혼합형 IBS 환자를 모두 포함한다. IBS가 골반저 기능 장애와 연관되어 있을 수 있고[20,21], DD 환자는 IBS 동반에 관계없이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근거로 작용하였다[22]. “Inadequate propulsive forces”와 “inappropriate contraction of the anal sphincter and/or pelvic floor muscles”에 대한 진단기준은 방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더 이상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17,19,23].
다차원 임상 프로파일을 이용한 증례 접근
다차원 임상 프로파일
로마 기준은 주로 연구와 관련하여 환자를 분류하고 있어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형에 대한 믿을 만한 임상 정보, 질환의 심각성 혹은 생리적 혹은 정신사회적 요인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실제 임상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MDCP는 근거 중심 의학을 바탕으로 개개인에 맞는 맞춤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며, 5개의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카테고리 A는 로마 기준 IV에 의한 전반적인 진단명이고, 카테고리 B는 임상적 조절자(clinical modifiers)로,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가적인 증상, 병력 정보, 신체 증후 혹은 검사실 소견 등의 임상 정보에 해당한다. 카테고리 C는 환자가 느끼는 질병의 인지 정도, 행동과 일상 기능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증상이 전반적으로 삶(일, 학교생활, 사회생활, 자기관리, 정신집중과 행동)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카테고리 D는 정신사회적 정보를 평가하는 것이고, 카테고리 E는 질환을 이해하고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리학적 수치 혹은 생화학적 수치 등이 포함된다. 본고에서 다루고 있는 기능성 질환에 있어서 각각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예를 표 6에 정리하였다.
증례
증례 1
30세 여자가 변비로 내원하였다. 증상은 10년 전 시작되었고, 주 1-2회 완전 자발적 배변이 있었다. 대변 굵기는 Bristol Stool Form Scale type 1이었고, 배변 동안 대부분 힘주기가 필요하였으며, 불완전 배변감이 있었다. 항문 막힘 증상이 항상 동반되었고, 질 쪽을 손가락으로 눌러주면 배변하기가 쉬워졌다. 더부룩함이 동반되었고, 배변 후에는 조금 호전되는 양상이었다. 혈변이나 체중감소는 없었고, 대장암의 가족력도 없었다. 복용 약물은 없었고, 복부 수술력이나 앓고 있는 만성 질환도 없었다. 회사원이었고, 변비 증상으로 인하여 사회 생활이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불안하다고 하였다. 직장수지 검사에서 모의 배변 동안 항문조임근의 압력이 증가하였고, 치골직장근의 역설적 수축이 있었다. 항문직장 내압 검사에서 type I DD 소견이 있었고, 풍선배출 검사는 6분으로 비정상이었으며 대장통과시간은 50분이었다.
증례 요약과 분석: 젊은 여성에서 10년간 지속된 만성 변비로 FC 진단기준을 만족하고 있으며, 경고 증상이 없고 증상 악화가 없어 기질적 질환을 배제할 수 있다. 신체 검사와 기능 검사를 통해 type I DD와 서행성 변비가 함께 존재할 가능성을 진단할 수 있으며, 증상의 정도는 사회 생활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중등도 정도이고 변비 증상으로 인하여 불안해하였다. 이를 MDCP를 이용하여 정리하면 카테고리 분류로는 FC와 FDD에 해당하고, 임상적 조절자로는 DD와 서행성 변비의 가능성이 있다.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중등도였고, 정신사회학적 조절자는 불안감이 있었다. 생리적 부분이나 바이오마커로는 직장수지 검사, 항문직장내압 검사, 풍선배출 검사와 대장통과시간 검사 결과가 해당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 환자는 DD와 서행성 변비가 함께 존재하는 중등도의 FC와 FDD로 진단할 수 있다.
치료의 선택: FC의 진단은 임상 병력, 신체 검사(직장수지 검사 포함), 필요한 경우 실험실 검사, 대장 내시경 검사 등의 임상 검사와 생리학적 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생리학적 검사는 식이조절, 생활습관의 교정 및 완하제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 권고한다. 그러나 DD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초기 진단과정에서 생리학적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하고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적극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환자에서는 직장수지 검사에서 DD이 의심되므로 조기에 생리학적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DD와 서행성 변비가 함께 존재하는 경우는 바이오피드백 치료를 통하여 DD을 교정한 후 대장통과시간을 재평가하여 대장통과시간이 정상화되었다면 FDD로 진단하고, 교정되지 않았다면 FDD와 서행성 변비의 혼합형으로 최종 진단하게 된다. 변비 치료 약제의 임상 적용에 대해서는 최근 발표된 국내 가이드라인에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24].
증례 2
65세 여자가 변 실금으로 내원하였다. 증상은 2년 전에 시작되었고, 평균 주 2회 정도 있었다. 심한 경우는 하루 12-15회 Bristol Stool Form Scale type 5의 배변이 있었다. 변이 급하고 참기가 힘들어 변 실금용 팬티를 착용하였다. 변을 지리는 것 때문에 불안해하였다. 2회 질 분만력이 있었다. 1년 전 대장 내시경 검사는 정상이었다. 직장수지 검사에서 변은 촉지되지 않았고, 휴식기와 수축기 항문조임근 압력이 감소되어 있었다. 항문직장내압 검사에서 수축기 항문조임근 압력이 감소되어 있었고, 최대인내용적(maximum tolerable volume)이 감소되어 있었다. 이를 MDCP를 이용하여 정리하면 카테고리 분류로는 변 실금에 해당하고, 임상적 조절자는 설사와 절박 실금(urge incontinence)이 해당한다.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중등도였고, 정신사회학적 조절자로는 변 실금으로 인한 불안감이 있었다. 생리적 부분이나 바이오마커로는 직장수지 검사와 항문직장내압 검사 결과가 해당한다.
치료의 선택: 변 실금의 원인은 다양한 원인에 의한 항문 조임근의 약화, 골반저 질환, 직장 용량 혹은 감각에 영향을 주는 질환, 중추신경계 질환, 정신행동 질환 등 매우 다양하다. 진단을 위한 검사로는 직장 내시경, 항문직장내압 검사, 항문 초음파 내시경, 배변조영술, 골반 자기공명영상 등의 방법이 있는데 환자 연령, 가능한 원인, 증상의 심한 정도, 삶의 질 손상 정도, 보존적 치료에 대한 반응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시행한다. 흡연과 오래 앉는 습관을 피하게 하고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과 같은 유제품, 카페인 함유 음료, 고지방 식이나 당류가 풍부한 과일 등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은 피하도록 권고한다. 본 증례처럼 설사를 동반한 변 실금 환자에서는 합성 μ-아편유사제수용체 작용제인 loperamide가 가장 먼저 추전되고, 삼환계 항우울제인 amytriptyline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불응성 기능성 설사가 대변 실금과 동반되어 있는 경우는 세로토닌 3형 수용체 길항제인 ramostron을 사용해 볼 수 있다. 골반저 근육을 강하하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며, 케겔 운동이 대표적이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환자가 좀더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골반저 근육훈련만 시행한 경우보다 치료 효과가 높다. 이러한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심한 경우는 천수신경전기자극법(sacral nerve stimulation), 조임근성형술(sphincteroplasty)과 대장창냄술(colostomy) 등이 고려될 수 있다.
결 론
로마 기준 IV는 이전 로마 기준과는 달리, 기능성 위장관 질환 사이에 중복이 존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각각의 기능성 질환을 별개의 질환이기보다는 스펙트럼 중 한 부분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기능성 변비와 항문직장 질환에도 이러한 개념이 적용되었다. 이 부분에서의 로마 기준 III과 IV에서의 차이점을 표 7에 정리하였다. 임상 진료에서는 한 환자에서의 진단이 다른 진단으로 바뀔 수도 있고, 중요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진단이 복합적으로 함께 내려질 수도 있다는 개념이 강조되었다. 또한 MDCP 통해 환자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여 개개인에 맞는 맞춤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어 보다 실제 임상에 현실적이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