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Eggerthella lenta (E. lenta)는 혐기성, 그람양성 막대균으로 인간의 위장관에서 흔하게 발견되며, 드물게 면역저하자, 위장관 질환 환자에서 균혈증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1]. E. lenta로 인하여 장관 내 감염, 간농양, 균혈증, 피부농양, 요로감염 등의 감염 질환이 보고되었으며, E. lenta에 의한 균혈증의 경우, 무증상의 균혈증에서 심한 파종성의 감염 질환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1].
해외에서는 점차 E. lenta가 보고되는 증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E. lenta에 의한 균혈증에서 사망률은 20%에서 30%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2,3]. E. lenta는 현재까지 cefoxitin, metronidazole, amoxicillin-clavulanate 그리고 carbapenem 계열에 감수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 국내에서는 2014년 면역저하자와 장루 등의 기저 질환자에서 발생한 E. lenta 균혈증 2예가 보고되었다. 저자들은 기저 질환 없는 건강한 성인에서 급성충수염과 동반된 E.lenta 균혈증을 처음으로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평소 기저 질환 없이 건강하였던 60세 남자가 내원 당일 오후 급성충수돌기염으로 타원에서 수술 후 회복 도중 갑자기 발생한 호흡곤란, 의식저하 및 심정지로 내원하였다. 심정지 당시 기관삽관 및 15분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으며 특이한 과거력이나 가족력은 없었다.
내원 당시 일반 혈액 검사는 백혈구 19,200/mm3 (다핵구 85.0%, 림프구 2.0%), 혈색소 14.4 g/dL, 혈소판 54,000/mm3, 적혈구침강속도는 7 mm/h였다. 혈액화학 검사는 총 빌리루빈 2.5 mg/dL, AST 106 IU/L, ALT 95 IU/L, ALP 86 IU/L, lactate dehydrogenase (LD) 1,389 IU/L, blood urea nitrogen (BUN)/Cr 36/4.3 mg/dL, C-반응단백 19.8 mg/dL였다. 흉부 청진상 호흡음은 양측 폐의 수포음이 확인되었다. 복부 압통은 관찰되지 않았고 간, 비장 등은 촉진되지 않았다. 입원 당시 시행한 가슴 X선에서 양측 폐의 폐부종이 보였다.
24시간마다 ceftriaxone 2 g, 8시간마다 clindamycin 600 mg을 투여하였고 입원 당일 시행한 혈액배양 검사 1쌍에서 E. lenta가 확인되었다. 입원 4일째 시행한 혈액배양 검사에서 E. lenta가 음전되며 발열 호전되었으나 입원 7일째 C-반응단백 39.0 mg/dL로 상승하며 발열이 지속되었다. 항생제를 24시간마다 meropenem 500 mg, 48시간마다 vancomycin 1 g, 8시간마다 metronidazole 500 mg을 정주하는 것으로 변경하였고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급성 담낭염이 확인되어(Fig. 1) 경피적 쓸개즙 배액술을 시행하였다. 이후 환자는 패혈증이 진행하여 다기관 기능부전으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투석을 유지하였다. 입원 25일째 시행한 가래 검사, 28일째 시행한 쓸개즙 배양 검사에서 imipenem 내성 Acinetobacter baumannii가 동정되었다. 이에 항생제는 8시간마다 meropenem 1 g, 12시간마다 colistin 150 mg 투약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환자는 내원 38일 째 패혈성 쇼크에 의한 급성 심정지로 사망하였다.
고 찰
E. lenta는 인간의 위장관에서 매우 흔하게 발견되는 균으로 알려져 있으며 혐기성, 비포자성의 그람 양성 박테리아 균주로 1935년에 Arnold Eggerth에 의하여 처음 보고되었다. 1999년에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기존에 알려졌던 Eubacterium lentum에서 E. lenta로 확인되었으며 최근까지 Paraeggerthella hongkongensis 및 Eggerthella sinensis의 2가지 연관된 종이 보고되었다[4].
E. lenta는 천천히 자라는 특징이 있고, 당에서 산을 생성하지 않으며 indole 혹은 액화 젤라틴을 생성하지 않는다[4]. 최근의 미생물 검사장비의 발달 및 보급으로 E. lenta 진단이 증가하고 있으며 진단을 위하여 API system 및 VITEK2 system을 사용한 생화학적 검사가 신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혐기성 박테리아를 확인하는 matrix-assisted laser desorption ionization-time of flight mass spectrometry (MALDI-TOF MS) 검사가 E. lenta를 빠르게 확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었다[1].
2014년 국내에서도 E. lenta에 의한 균혈증 2예의 증례가 보고되었다. 보고된 증례는 53세 남자로, 직장암으로 장루수술과 하트만 수술(hartmann’s operation) 후 보존적 치료 중이었다. 좌측 수신증으로 요관 부목(double J stent) 교체 후 발열로 내원하였다. 혈액배양 검사에서 E. lenta가 확인되어 항생제(cefotaxime + amikacin) 유지 후 증상이 호전되어 귀가한 것으로 보고되었다[5]. 또 다른 증례에서는 심장판막 수술 과거력, 간경화 및 신부전으로 혈액 투석 중이던 환자가 복통으로 내원하였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에서 급성 담낭염 및 담관 확장이 관찰되었고 담도 패혈증으로 ERCP 및 endoscopic nasobiliary drainage 후 항생제(metronidazole + flumoxef) 치료하였다. 이후 혈액배양 검사에서 E. lenta가 확인되어 항생제 유지 후 증상이 호전되어 퇴원하였다[6]. 반면, 저자들이 보고하는 본 증례의 환자는 이전의 과거력 및 위험인자가 없었음에도 급성 충수염과 관련된 E. lenta 균혈증이 발생하였다.
E. lenta와 충수돌기염의 관련성은 국내에서는 아직 보고된 증례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수술한 소아의 충수에서 확인된 보고[7]와 함께 2007년 33세 남자가 수술 후 발생한 수술 부위 농양과 함께 E. lenta 균혈증으로 amoxicillin/clavulanic acid로 치료한 보고가 2예 있었다[8]. 2예 모두 이전의 과거 병력이 없었음에도 복강 내 수술 이후 E. lenta 균혈증이 발생하였다.
E. lenta는 다양한 경로에서 감염원이 될 수 있으며, 장관 내 감염, 간농양, 피부 농양, 요로감염, 복막염 등의 원인균으로 보고되었다. 주된 위험인자로는 손상된 면역기능, 악성종양, 염증성 장질환같은 위장관 질환으로 알려졌다[2]. E. lenta에 의한 균혈증이 많이 보고되지는 않았으나, 사망률은 20%에서 30%까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2,3,9].
E. lenta는 항생제 감수성 검사에서 amoxicillin-clavulanate, metronidazole, ertapenem, meropenem, cefoxitin, piperacillin-tazobactam에 감수성을 보이며, clindamycin, moxifloxacin, penicillin에 91%, 74%, 39%의 감수성을 보이고 ceftriaxone에는 내성을 보인다고 보고되었다[1]. 또한 군집 형태에 따른 cephalosporins 감수성에 차이를 보이는데, 투명한 형태의 군집(translucent-colony coccobacilli)은 cephalosporins에 감수성을 보이고 얼룩덜룩한 형태의 다형성 군집(speckled-colony pleomorphic bacilli)은 cephalosporin에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9]. 본 증례에서는 ceftriaxone, clindamycin을 4일째 투여하며 혈액배양 검사에서 E. lenta 음전을 확인하였고 이후 발열이 지속되어 meropenem으로 항생제를 변경하여 사용하였으나 환자는 호전 없이 사망하였다.
E. lenta는 최근 보고되는 증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최근의 미생물 검사 장비의 발달 및 보급으로 인한 영향도 있지만, 고령 및 면역저하자 환자의 증가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위장관 질환 및 복강 내 수술 등에도 E. lenta 감염의 가능성이 있어 향후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에서 발열 시 E. lenta 감염을 고려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