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골수형성이상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 MDS)은 유전학적, 임상적으로 다양한 환자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는 질환군으로 장기간 병의 진화 및 수혈 요구량 없는 무증상 환자에서부터 수개월 내 질병 악화로 급성 골수백혈병으로 전환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는 넓은 임상 범위를 보이고 있다[1].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치료법은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유일하지만 치료 관련 중증 합병증 때문에 모든 환자에 적용할 수는 없으며, 완치 목적이 아닌 혈구수치 향상, 백혈병으로의 진화 억제, 생존 기간 향상을 목표로 하는 저메틸화약제(hypomethylating agent), 면역억제치료(immunosuppressive therapy), 적혈구형성촉진제(erythropoiesis-stimulating agent),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 등이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환자 그룹으로 이루어진 질환이기 때문에 약제에 일관된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2].
현재 국내에서 보험급여가 되고 있는 MDS의 치료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저메틸화약제, 면역억제치료, 적혈구형성촉진제 그리고 레날리도마이드가 있다. 위험도에 따라 크게 고위험군(high and intermediate-2 risk)과 저위험군(low and intermediate-2 risk)으로 구분할 때 고위험군은 이식을 우선으로 선택하되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 저메틸화약제를 사용한다. 저위험군의 경우 빈혈과 erythropoietin이 500 IU/L 이하이면 적혈구형성촉진제를 투여하며, 그 외의 혈구 감소에는 면역억제치료 또는 저메틸화약제를 투여할 수 있다. 2019년 5월부터는 수혈의존빈혈을 동반한 del(5q) 저위험군(International Prognostic Scoring System [IPSS] low 또는 intermediate-1) MDS 환자에서 레날리도마이드가 보험급여 항목으로 승인되었다.
본 론
레날리도마이드의 작용기전
레날리도마이드의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MDS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과 간접적인 면역조절기능(immunomodulatory effect) 기전으로 설명하고 있다[7-10]. 레날리도마이드는 암세포에서 CDC25C phosphatase를 억제하고 이로 인해 G2와 M시기의 세포분열단계를 정지시켜 사멸을 유도한다. 특히 MDS 세포가 del(5q)인 경우, CDC25C 유전자의 반결핍(haplodeficiency)이 있기 때문에 특히 효과적이라 하였다. 또한 레날리도마이드는 유비퀴틴화(ubiquitination)를 증가시켜 CK1α와 IKZF1을 분해시킴으로써 MDS 세포의 세포자멸사를 유도한다. 이 세포자멸은 del(5q) 세포에서 더 강력하게 일어난다. 간접적인 면역 조절 효과는 다발골수종에서의 레날리도마이드의 기전과 같이 자연살해 세포 활성화와 T 세포의 증식을 일으켜 암세포에 대한 세포매개 세포독성을 활성화하고, 골수 내 환경에서 염증을 감소시켜 조혈 능력을 향상시켜 혈구 감소증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위험군 환자의 레날리도마이드의 단독 치료 효과
MDS에 처음 임상시험을 한 MDS-001 연구에서 레날리도마이드를 10 mg/day 또는 25 mg/day 투여 시 del(5q) 저위험군 환자의 83%에서 적혈구 호전을, 75%에서는 유전학적 호전을 관찰할 수 있었고[11], 이후 연구인 MDS-003에서는 레날리도마이드 10 mg/day 투여 시 del(5q) 환자에서 적혈구 호전율이 76%, 유전학적 호전이 73%의 환자에서 각각 관찰되었다[12]. 수혈의존적 환자를 대상으로 한 MDS-004 연구에서는 56%의 del(5q) 환자가 수혈 비의존적이 됨을 관찰하였다[13].
투여 약 한 달 후(4.6주)부터 혈액학적 반응이 나타나고 반응 환자의 수혈 비의존 기간이 2-2.5년간 지속되었다. 임상시험의 관찰 기간이 2-3년인 것을 고려할 때 장기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결과이다. 흥미롭게도 50-75%의 del(5q) 환자에서 유전학적 반응을 보였고 30-45%의 del(5q) 환자에서 유전학적 완전반응을 보여 del(5q) 클론 세포를 사멸하는 효과가 입증되었다. 장기간의 연구에 의하면 적혈구 반응이 있는 환자는 질환 무반응 환자에 비해 악화 위험도가 86% 낮고, 사망률이 80% 낮다고 보고하였고[14], 수혈 비의존과 함께 삶의 질도 객관적으로 향상시켰다[13]. Del(5q)가 아닌 저위험군 환자에서는 레날리도마이드의 효과가 비교적 낮고 반응 기간도 짧다. MDS-001 연구에서는 del(5q)가 아닌 저위험군 환자의 57%에서 적혈구 반응, MDS-002 연구에서는 43%의 적혈구 반응 및 26%의 수혈 비의존율이 보고되었다. 반응기간 또한 짧았는데 7.5-10개월이었고 유전학적 반응은 3-33.3%로 보고되었다[11,15].
레날리도마이드 병합 치료
레날리도마이드 치료의 부작용 및 적정 용량
MDS-001 연구에 의하면 치료 환자의 65%에서 3-4등급의 호중구 감소가 있고, 53%의 환자에서 4등급의 혈소판 감소가 관찰되었다[11]. 이러한 혈액학적 부작용은 대부분 제1주기 및 2주기에만 관찰되지만 del(5q) 환자들의 질환이 경도의 백혈구 감소 및 정상 또는 높은 혈소판 수치를 보이는 것을 고려할 때 혈구 수치 감소 부작용은 심하고 빈도가 높다고 판단되며[13], 치료 초기 혈구 수치 감소 부작용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혈액학적 부작용 외에는 피부 부작용이 가장 많으며 가려움증 28%, 두드러기 14%였고, 설사가 21%의 환자에서 관찰되었다. 다발골수종에서의 레날리도마이드 연구결과에 따라 2차 악성종양에 대한 염려가 있었으나, 발생률은 3.1%로 관찰되어 같은 연령대의 미국의 일반 인구의 발생률인 2.1%와 거의 같았다.
결 론
2019년 5월부터 수혈의존빈혈을 동반하는 저위험 del(5q) MDS 환자에서 레날리도마이드의 국내 보험급여가 시작되었다. 투여 초기 백혈구, 혈소판 감소가 심할 수 있어 이를 주의한다면 대략 50%가 넘는 환자에서 혈액학적 개선 및 수혈 비의존을 기대할 수 있고, 반응하는 환자의 경우 급성 백혈병 위험도가 낮아지고 생존율 향상 및 삶의 질 향상도 예상할 수 있어 해당 환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레날리도마이드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Del(5q) 외 다른 유전자 이상이 동반된 경우는 반응률이 20-30%로 보고되고 있다. 고위험군에서의 레날리도마이드의 단독 치료 또는 저메틸화약제와의 병합 치료는 저메틸화약제 단독 치료에 비해 우월함이 보고된 적이 없었고, 저메틸화약제에 실패한 환자에서의 레날리도마이드 치료는 대략 10% 미만의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역시 권유하기는 힘들다. 비록 레날리도마이드가 국내 보험급여에 해당되는 MDS 환자의 빈도가 낮지만 저위험군 환자에서 가장 적정한 치료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