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례
49세 중국인 여자 환자가 한 달간 지속된 전신쇠약과 내원 전날부터 발생한 발열로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초기 활력징후는 혈압 84/46 mmHg, 맥박수 96회/분, 호흡수 24회/분, 체온 38.4℃였다. 기침, 가래를 호소하고 있었고 호흡곤란은 없었으며, 왼쪽 발목과 뒤꿈치의 심한 통증을 호소하였다. 3년 전 당뇨를 진단받고 경구혈당강하제를 복용하고 있었고 이외의 기저 질환은 없었다고 하였으며, 마르고 급성 병색을 띄고 있었다. 신체 검진에서 오른쪽 폐상엽 부위에서 수포음이 청진됐으며, 왼쪽 발목에 3단계의 욕창이 있었다. 흉부 엑스선 검사에서 오른쪽 폐상엽에 경화가 관찰되었고, 흉부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에서 우상엽에 공동과 기관지 주변 결절 및 경화 소견이 관찰되었다. 초기 백혈구(white blood cell, WBC) 수는 3,870/µL, 헤모글로빈(hemoglobin, Hb) 10.2 g/dL, 혈소판(platelet) 수는 112,000/µL, 호중구 (neutrophil) 수는 2,680/µL, C-reactive protein은 1.9 mg/dL였다. 혈청 단백질은 6.34 g/dL, 알부민은 2.75 g/dL, 혈액요소질소(blood urea nitrogen)는 8.7 mg/dL, 크레아티닌은 0.41 mg/dL였다. 환자는 활동성 결핵이 의심되었다. 왼쪽 발목의 욕창도 발열의 원인으로 의심되었다. 환자는 격리 병실로 입원하였고, 결핵균 검사를 위해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계획하였다. 발열의 원인에 대해 폐병변 및 욕창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여 경험적 항생제로 piperacillin/tazobactam과 vancomycin을 투약하였다. 입원 후 보호자를 통해 환자가 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확인하였고, 이 중에는 isoniazid, levofloxacin, ethambutol, pyrazinamide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보건소 및 결핵약을 처방하였던 병원의 의무기록을 확인하였다. 환자는 내원 4개월 전 배양 양성 폐결핵을 진단받아 일차약제로 결핵 치료를 시작하였고, 일차약제 복용 2주 후 혈소판감소증이 발생하여 rifampin을 중단하고 levofloxacin으로 변경하여 처방받은 상태였다. 내원 한 달 전부터 전신쇠약감으로 인해 식사를 잘 하지 못하고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약 복용을 거의 하지 않고 지냈다고 하였다. 입원 2일째 WBC 수는 2,390/µL, 혈색소는 9.3 g/dL, 혈소판 수는 88,000/µL, 중성구 수는 1,540/µL였고, 3일째에는 2,040/µL, 8.0 g/dL, 86,000/µL, 1,470/µL였다. 내원 당일 소변 검사에서 4+의 단백뇨가 관찰되었고, 소변 단백 대 크레아티닌 비(urine protein to creatinine ratio) 검사에서 2,270 mg/g (Cr)이었다. 기관지 세척액의 항산성염색에서 1+였고, Xpert MTB/RIF (Cepheid, Sunnyvale, USA) 검사에서 rifampin 내성 유전자는 검출되지 않았다. 복용 중이던 결핵약과 piperacillin/tazobactam, vancomycin은 함께 투약하기로 하였다. 입원 7일째에 발열은 호전되었다. 메치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의 감염 증거는 없어 vancomycin은 중단하였다. Piperacillin/tazobactam은 입원 13일째에 중단하였다. 항생제 중단 후 백혈구감소증과 빈혈이 진행하여 WBC 970/µL, Hb 7.4 g/dL, 혈소판 112,000/µL, 호중구 430/µL로 악화되었다. 발열이 다시 발생하였고 발열 원인이 뚜렷하지 않아 호중구 감소 발열에 대한 치료를 위해 cefepime 투약을 시작하였다.
범혈구감소증의 원인에 대한 초기 감별 진단은 염증, 투약하였던 항생제 혹은 투약 중인 결핵약에 의한 범혈구감소증이었다. 말초혈액도말 검사 결과는 감염 및 염증에 의한 혈구감소증 소견이었다. 결핵약에 의한 약제열 가능성도 고려하여 입원 16일째에 투약 중인 항결핵제를 모두 중단하였다. 입원 27일째에 호중구 수는 1,880/µL로 상승하였고 발열은 감소하는 추세였다. 범혈구감소증의 원인약제를 감별하기 위해 약제를 하나씩 추가해보기로 하였다. 먼저 isoniazid 추가를 시도하였고, 호중구 수가 930/µL까지 감소하여 5일간 투약 후 중단하였다. 투약 중단 2일 후 발열이 다시 발생하였고 농뇨와 세균뇨가 동반되어 cefepime을 다시 투약하기 시작하였다. 발열이 발생하면서 호중구감소증과 혈소판감소증이 더 악화되었고, 빈혈 역시 악화되어 WBC 1,210/µL, 혈색소 8.3 g/dL, 혈소판 50,000/µL, 호중구 480/µL로 감소하였다. 의심 약제 중단 후에도 악화되는 범혈구감소증이 감염이나 항생제 혹은 결핵약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웠다. 골수 검사를 고려하면서 의무기록을 다시 검토하였다. 환자는 6년 전 혈구감소증과 안면 홍조가 있어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검사를 받았고, 당시 결과는 1:640이었으나 검사 결과 확인 및 검사 이후 이에 대한 진료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환자에게 안면 홍조 및 발진에 대해 물었을 때, 약 20년 전부터 안면의 홍조가 있었고 최근에 더 심해진 양상은 아니라고 하였다. 항핵항체 검사를 재 시행하였고, 결과는 1:640 (homogenous pattern)이었다. 추가 검사를 위해 다른 자가면역항체 검사와 보체 검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항 ds DNA 항체(anti-ds-DNA antibody)가 양성이었고 C3 농도가 54 mg/dL로 감소돼 있었다. 류마티스 내과와 협진을 통해 뺨의 나비모양 홍반, 백혈구감소증, 혈소판 감소증, 항핵항체 양성, 항 ds DNA 항체 양성, 낮은 보체 농도 소견을 종합하여 전신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SLE)로 진단하였다. 이에 대해 prednisolone과 hydroxychloroquine 투약을 시작하였으며, 약 복용 후 특이 부작용 없이 안정적인 임상 경과를 보여 결핵약제를 유지하면서 퇴원하였다. 퇴원 2주 뒤 외래로 내원하여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 WBC 3,210/µL, 혈색소 9.8 g/dL, 혈소판 221,000/µL, 중성구 2,280/µL였다(Table 1). 이전에 rifampin에서 levofloxacin으로 변경하였었던 이유인 혈소판감소증도 SLE 증상이었을 가능성을 고려해서 추후 혈액 검사에서 혈소판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rifampin의 재투약을 고려하고 있다.
고 찰
결핵 환자에서 약제 관련 백혈구감소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일차약제 치료 중 백혈구감소증의 위험인자는 고령, 이전에 오랜 기간 결핵약 복용 후 재치료인 경우, 치료 초기의 낮은 WBC 수와 여성이다[11,12]. 또한 Nagayama 등[13]은 isoniazid와 rifampin이 백혈구감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Rifampin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복용하지만 일부 환자들에게서 혈소판감소증이나 간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1]. Isoniazid가 혈소판감소증을 유발한다는 증례보고들도 있다[2,3]. 또한 pyrazinamide도 드물지만 혈소판감소증을 유발한다[4,5]. 결핵 진단 당시에 빈혈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Lee 등[14]에 따르면 한국에서 결핵으로 진단받은 사람들 중 빈혈은 32%에서 동반되어 있었고, 이 중 72%는 정상 적혈구 정상색소 빈혈(normocytic normochromic anemia)이었다. Isoniazid에 의해 순수 적혈구 무형성(pure red blood cell aplasia)이 발생할 수 있고[6,7], 철적모구빈혈(sideroblastic anemia)도 발생할 수 있다[8]. Pyrazinamide에 의해서도 철적모구빈혈이 발생한다[9]. 드물게 ethambutol에 의한 hemolytic anemia가 발생할 수 있다[10].
범혈구감소증은 그 자체가 특정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질환의 경과로써 나타난다. 범혈구감소증의 원인 감별을 위해서는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원인을 감별해야 한다. 후천적인 질환에는 골수 부전, 골수 침윤, 자가면역성 파괴, 영양 부족, 비장에서 제거, 기타 다른 원인들 및 특발성 등 다수의 질환이 속해 있다[15]. 전체 혈구 계산(complete blood cell count)에서 확인된 범혈구감소증은 약이나 독소에 의해 발생한 경우를 먼저 감별해야 한다[16]. 증례의 환자는 결핵약을 복용 중이었으므로 약의 부작용을 먼저 감별하고자 하였다.
폐외결핵이 범혈구감소증을 동반한 형태로 발현된 증례들이 보고된 바 있고 결핵 치료 후 호전되었다[17,18]. Isoniazid에 의해 약제 유발 루푸스 홍반(drug induced lupus erythematosus, DLE)이 발생할 수 있고 Shah 등[19]은 범혈구감소증으로 발현한 isoniazid 유발 루푸스 홍반에 대해 보고한 바 있다. 약제 유발 루푸스는 SLE에 비해 anti-histone antibody가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더 흔하고, 항 ds DNA 항체와 낮은 보체 농도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19,20].
10일 이상 betalactam 항생제를 투약하는 경우 혈액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21]. Piperacillin tazobactam에 의한 범혈구감소증은 흔하지 않다[22]. Piperacillin/tazobactam의 경우 호중성백혈구 감소가 가장 흔하고 골수독성은 누적 용량과 관계 있다[23]. Piperacillin/tazobactam에 의한 혈소판감소증은 골수억제보다 면역매개혈소판감소증(immune-mediated thrombocytopenia)으로 더 잘 발생해서 투약 7-14일경에 혈소판감소증이 발생한다[2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