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의 시작은 1962년으로 거슬러올라 가는데, 치사량 이상의 방사선을 생쥐에 조사한 뒤 동종 말초 백혈구를 주입하여 공여 세포의 조혈이 이루어짐을 확인하였다[
1]. 사람 말초혈액에도 조혈모 세포가 존재한다는 보고가 1975년에 있었고[
2], 이후 사람에서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술 적용을 연구하게 되었다.
1979년에는 변환 만성골수구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만성기에 미리 채집해 냉동 보존한 백혈구 연층 세포를 이용한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의 성공이 보고된다[
3]. 골수 전이가 있는 유방암과 림프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정 상태에서 채집한 말초 혈액 조혈모세포 이식 보고가 뒤따르고[
4], 이어서 화학요법과 집락 촉진 인자로 가동화 하여 조혈모 세포 채집 수치를 증강시키는 기법들이 발전되었다[
5].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은 1993년 1월 25일 소세포 폐암 환자에게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시행한 이래, 2018년 말까지 모두 1,178건을 시행하였다. 이 가운데 림프계 악성 종양으로는 비호지킨림프종에서 543예, 다발골수종의 1차 이식으로는 315예, 호지킨림프종에서는 45예의 시술이 있었다.
지난 25년여 동안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술 자체의 발전이 있었고, 고용량 요법 약제에도 변화가 가해졌으며, 림프계 악성 종양 자체의 치료도 여러 새로운 요법 등 많은 진전이 있었다.
이에 그동안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에서 림프계 악성 종양에 시행한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술의 치료 성적이 시간대 별로 향상되어 왔는지, 현실 세계의 경험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고 찰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림프종/골수종 프로그램은 개원 후 지난 30 여 년 동안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더 많이 시행해 왔다. 이 시술을 시행 받은 림프계 악성 종양 환자들의 생존 성적이 점진적으로 향상하였고, 기존에 알려진 조혈모세포 이식 특이 동반 질병 지수는 전체 비호지킨림프종, 그 대표 아형들 그리고 호지킨림프종, 다발 골수종 모두에서 생존 성적과 무관하였다.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은 고용량 요법 후 조혈 기능 재구축을 위한 세포 자원으로, 말초 혈액 이전에 자가 골수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하였고, 림프종, 백혈병 외에 유방암, 섬유아세포종, 육종, 흑색종, 소세포폐암, 대장암, 다발골수종 등에서도 시도되었다[
7]. 1995년에 발표한 북미 자가 혈액 및 골수 이식 등록 보고를 보면,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시행한 18,270예의 자가 이식 중 유방암이 5,499예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림프종, 백혈병의 순서이고, 다발골수종은 최근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8]. 1997년에 이어지는 같은 기관의 추적 보고에서도 유방암의 시술 건수가 가장 많고, 난소암 등 다른 고형 종양을 언급하는데 비해, 다발골수종 시술 예는 최근에 비해 매우 적다[
9].
서울아산병원의 첫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술 시행이 소세포 폐암 환자였고, 초창기에 진행/재발 유방암 환자들에서 이 시술을 적용하고 그 경험을 보고하였다[
10-
12]. 1995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진이 당시 고형 종양 중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술의 가장 주된 대상이던 유방암에서 성공적인 3상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13]. 이 연구 발표는 2001년에 그 내용이 허위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철회되었다. 또한 유방암에 대한 여러 연구가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의 우월성을 증명하지 못하면서, 1998년 이후 유방암의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건수와 함께 전체적 자가 이식 시술 건수가 일시 대폭으로 감소한다[
14].
골수가 아닌 말초혈액 조혈모세포를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의 세포 자원으로 이용하게 되면서 다발 골수종에서의 자가 이식이 활발해졌고, 우리 프로그램 또한 다발골수종의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의 초창기 경험을 보고하였다[
15,
16]. 우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림프종에서 가장 많은 시술을 하였고 이 또한 그 성적을 국내외에 보고하였으며[
17,
18], 특히 T세포 림프종에서의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 결과 보고는 당시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진료 지침에 인용되었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 림프종, 다발골수종이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의 주요 대상이 되었고, 이는 서구의 보고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19]. 또한 림프종, 다발골수종 모두에서 자가 이식 후 성적이 시대가 지남에 따라 좋아진다는 보고가 있으며[
20], 각각의 적응증 마다 시대 흐름에 따른 생존 성적 향상은 Center for Blood and Marrow Transplant Research가 매년 공개 제공하는 요약 슬라이드 중 가장 최근으로 2020년 5월에 발표한 2019 요약 슬라이드에서 살필 수 있다[
21].
이런 배경에서 이번 연구 보고를 림프종과 다발골수종에 국한하고, 시대 흐름에 따른 생존 성적 변화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시대에 따른 연관 시술 발전의 영향이 없으리라 여겨지는, 조혈모세포 이식 특이 동반 질병 지수군에 따른 생존 성적을 살펴보았다.
전체 비호지킨림프종 성적은 저등급, 고등급 등 경과가 다양한 서로 다른 질환들을 뭉뚱그린 것이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전체 생존과 무진행 생존 성적 모두 향상하였다. 무진행 생존 결과보다 전체 생존 성적이 확연히 향상한 것은 이식 후 재발 때 구제 요법으로, 2중 기전의 항암제, 항체 치료제, 항체-약제 결합체 등의 표적 치료제들을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원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체 비호지킨림프종의 생존 성적을, 우리가 아는 한 국내 처음으로, 조혈모세포 이식 특이 동반 질병 지수군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생존 성적과 지수군은 무관하였다. 이 현상은 광범위큰B세포 림프종, 원발 중추신경계 림프종으로 국한한 분석 결과나, 다발골수종, 호지킨림프종에서도 유사하였다. 이 지수를 제안한 미국과 우리의 동반 질병 양상이 다르고, 그 동반 질병들이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 성적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다르기 때문일 수 있겠다. 따라서 우리 나라의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술의 경우에는 대단위 연구를 통해, 우리 나름의 동반 질병 지수를 새로이 정의할 필요가 있겠다.
광범위큰B세포림프종의 무진행 생존 기간은 시대 흐름에 따라 큰 호전이 없었으나, 전체 생존 성적은 20세기에 비해 21세기 들면서 확연히 향상하였고, 이는 이식 후 재발 때의 치료법이 개선된 영향으로 판단한다. 벤다무스틴이 사용 가능해졌고, 일부는 레날리도마이도, 이브루티닙의 동원이 도움이 되었으며, 상당수의 환자는 임상 연구에 참여하면서 항체-약제 결합체 등의 구제 요법이 시행되어 이식 후 전체 생존 성적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원발 중추신경계림프종은 전체 생존과 무진행 생존 곡선이 거의 겹쳐지는 양상으로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술 후 재발하면 구제 요법의 효과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연대별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성적이 향상해 왔음이 확연하다. 이는 고용량 요법을 초창기에는 부설판, 사이클로포스퍼마이드, 에토포사이드 3제 병용요법을 사용하였는데, 그 성적이 좋지 않아 싸이오테파, 부설판, 사이클로포스퍼마이드 요법으로 강화하면서 얻어진 결과이다[
22]. 이는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서도 보도된 바 있다[
23].
다발골수종에서 무진행 생존 성적보다 전체 생존 성적이 확연히 우수하였는데, 이는 이식 후 추가 구제 요법들이 생존 성적에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대 별로 살핀 전체와 무진행 생존 성적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향상하고 있어, 다발 골수종 치료 전반에 걸쳐 지속적 발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적 향상에는 프로테아좀 억제제와 면역 조절 약제의 진화 그리고 항 CD38 항체 치료제의 도입이 크게 기여하였다.
호지킨림프종은 국내 발생 빈도가 적으므로 이 시술 시행 예도 적었는데, 무진행 생존 기간보다 전체 생존 기간이 길어, 이식 후 재발 때 브렌툭시맵 베도틴 등의 구제 요법이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고, 시대별 성적은 향상 추세이다. 동반 질환 지수 분석은 중간위험군보다 고위험군의 전체 및 무진행 생존 곡선이 열등하였으나, 저위험군이 없고, 대상 환자 수가 적어 그 의미를 도출하기 어렵다. 시대에 따른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 성적 향상에는 많은 요소가 작용하리라고 추론할 수 있다.
적절 적응증 적용, 조혈모세포 채집 기술 자체의 발전, 이식 과정 전체에 걸친 고식 요법의 개선, 이식 전 치료법 향상으로 더 좋은 반응 상태에서의 이식 시행, 이식 후 공고, 강화, 유지 요법 개발 등이 치료 효과에 작용할 것이고, 실제 이들 분야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이 있어 왔다. 본고에서는 질환군을 뭉뚱그려 현실 세계 경험의 전체 흐름 살피기에 그 중점을 두었다. 앞서 언급한 각종 요소들의 영향에 대한 상세 분석은 다양한 대상 질환들을 각각 개별화한 연구가 시행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이 시술을 시행하는 과정이 험난하였기에 그 임상 성적의 종합 평가가 쉽지 않다. 림프종의 고용량 화학요법에 가장 기본인 카머스틴의 공급이 중단된 시기가 길었고, 현재도 희귀 의약품 센터를 통해야 구입 가능한 상태이다. 다발 골수종 치료에 긴요한 탈리도마이드와 멜팔란을 대한민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시기가 있었다. 이식술 전후에 필요한 일부 약제는 여전히 희귀 의약품 센터를 통해야만 구입 가능하다. 초창기에는 이 시술의 건강 보험 적용에 심각한 제한이 있었다. 또 2010년부터 대략의 국내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술 시행 현황 통계가 제공되었는데, 2019년 수치부터는 이유 불문, 제공이 불가하다 한다. 이 ‘병원 조혈모세포 이식 간호사회’의 보고는 매우 유용하였는데, 매년 각 이식 기관, 대상 질환, 이식 종류 등의 통계 수치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상세한 환자의 특성이나, 치료 성적 자료는 없었다. 이러한 연유로 이번 연구에서 이 간호사회 보고 자료를 활용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술 대상 환자들의 치료 성적이 향상되었음을 여기에 보고한다.
물론 이 보고는 제한점들이 있다. 단일 기관의 분석 자료이고, 다양한 아형을 갖는 질환군을 함께 묶어 분석하다 보니, 시대에 따른 생존 성적 변화의 원인 분석을 다음 연구로 미룰 수밖에 없다. 아는 한 국내 최초로 조혈모세포 이식 특이 지수를 이용한 성적 분석은, 2014년부터 이 지수 자료를 조사 입력하였기에 지금의 보고는 미성숙 상태라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비호지킨림프종, 그 아형인 광범위큰B세포림프종, 원발 중추신경계 림프종 그리고 다발골수종, 호지킨림프종 모두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술 적용 후 시대가 지남에 따라 생존 성적이 향상되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이 시술 도입을 준비하던 시기에 이미 언급이 있었던 것처럼[
24], 림프계 악성 종양을 예방하고, 진단하고, 치료하는 우리의 지식이 더욱 발전하여 이러한 복잡 다단한 자가 말초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동원하지 않고도, 큰 불편 없이 간편하게 그리고 단기간에 완치시킬 수 있는 림프종 치료법의 시대가 곧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