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대장내시경을 위한 전처치 약물은 장점막의 손상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장내 물질을 세척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환자가 복용하기에 용이해야 한다. Picosulfate sodium/Magnesium citrate (PS/MC)는 2012년 우리나라에 도입된 고삼투성/자극성 전처치 약물로 기존에 사용되던 polyethylene glycol (PEG)과 거의 유사한 세척 효과 및 용종 발견율을 나타내면서도, 복용 방법이 간단하고 복용량이 적어 환자의 순응도가 높기에 최근 들어 사용률이 증가하고 있다[1,2]. 그러나 PS/MC는 혈장량의 감소나 저칼슘혈증, 저칼륨혈증, 고/저마그네슘혈증, 고/저나트륨혈증 등의 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 중 저나트륨혈증이 가장 흔하고 심각하여 PEG 사용 시에 비해 2.5배 정도 높은 비율로 발생한다[3].
2005년경부터 신장의 수분 조작 기전에 장애가 있거나 심장, 간질환이 있는 고령의 환자들에서 PS/MC 사용 후 신경학적 이상이나 이차적인 횡문근융해증을 동반한 심각한 저나트륨혈증 증례가 보고되었으며[4-6],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에 처음으로 Yoon 등이 PS/MC로 대장내시경 전처치 후 전신 쇠약, 구토 등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저나트륨혈증 1예를 포스터 발표한 이래, Lee 등이 경증-중증도의 저나트륨혈증 4예를 포스터 발표하였고, 2014년 Cho 등[7]이 의식 혼수와 경련을 동반한 심각한 저나트륨증 1예를, Kim 등이 2예를 포스터 발표하였다. 저자는 60세 이하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PS/MC 사용 후 항이뇨호르몬 부적절 분비증후군(inappropriate anti-diuretic hormone syndrome, SIADH)으로 의심되는 의식 소실을 동반한 심각한 저나트륨혈증 1예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환 자: 59세 여자, 키 157 cm, 몸무게 62.0 kg
주 소: 의식 저하
현병력: 개인 의원에서 검진 목적의 대장내시경 시행을 위해 전처치 약제로 PS/MC (Picolight powder, Pharmbio Korea Co., Seoul, Korea)를 처방받았으며, 첫 번째 포복용 3시간 후 설사와 전신 쇠약감을 호소하였고, 2번째 포복용 2시간 후 갑작스러운 의식 소실이 발생하여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과거력: 고혈압, 당뇨병 및 고지혈증에 대하여 amodipine 5 mg, linagliptin 5 mg, metformin 500 mg, glimepiride 2 mg, atorvastatin 10 mg를 복용 중이었다.
가족력: 특이사항 없음
이학적 소견: 의식은 혼미하였고 글라스고우 혼수척도(Glasgow coma scale, GCS) 8점이었다. 혈압은 130/80 mmHg, 맥박 80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6.4℃였다. 환자의 피부긴장도는 정상이었고 혀나 점막은 건조하지 않았다. 경정맥 팽창, 복수, 하지 부종 등도 관찰되지 않아 환자는 정상 혈량성(euvolemic)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호흡음은 정상이었고, 심음은 규칙적이었으며 이상 잡음은 청진되지 않았다.
검사실 소견: 일반 혈액 검사상 혈색소 12.5 g/dL, 적혈구용적률 35.9%로 정상이었고, 생화학 검사상 혈청나트륨 109 mEq/L, 칼륨 3.1 mEq/L, 클로라이드 81 mEq/L, 삼투압(osmolality) 236 mOsm/Kg으로 감소되어 있었으며, 소변 검사상 삼투압 393 mOsm/Kg, 나트륨 99 mmol/L로 증가 소견을 보였다. 혈당 154 mg/dL, 총 콜레스테롤 124 mg/dL, 중성지방 150 mg/dL, 알부민 3.2 g/dL, 요산 3.4 mg/dL, 혈액요소질소 7.4 mg/dL, 크레아티닌 0.4 mg/dL였다. 정맥혈 가스 검사상 pH 7.3, pCO2 37.8 mmHg, HCO3 18.5 mmol/L, tCO2 19.6 mmol/L로 경미한 대사성 산혈증 소견을 보였으며, 갑상선 기능 검사상 T3 0.61 ng/dL, free T4 1.21 ng/dL, 갑상선자극호르몬(thyroid stimulating hormone, TSH) 0.67 uIU/mL, 코티솔(cortisol) 4.0 ug/dL, 부신피질자극호르몬(adrenocorticotropic hormone, ACTH) 42.1 pg/dL로 정상이었다. 소변 검사상 요비중 1.013, pH 6.0, 요당 1+였으며 케톤, 요단백, 요잠혈 등은 관찰되지 않았다.
영상의학적 소견: 흉부 단순촬영상 심비대, 폐울혈, 폐렴 등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뇌의 컴퓨터단층촬영 및 자기공명영상 검사상 일부 뇌동맥의 동맥경화성 변화 외 급/만성 뇌경색이나 출혈, 종양 등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흉복부 컴퓨터단층촬영도 정상이었으며 염증이나 종양을 의심할만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임상 경과 및 치료: 저나트륨혈증에 의한 의식 저하가 동반되어 있어 3% 고장성 식염수(3% NaCl, 514 mEq/L) 용액을 20 mL/hr (0.5 mEq/L/hr)의 속도로 정주하였고, 2-4시간 간격으로 전해질 수치를 검사하며 수액 주입 속도를 조절하였다(Table 1 and Fig. 1). 저칼륨혈증도 동반되어 있어 40 mEq Kcl 3 gm을 생리식염수 100 mL에 섞어 6시간 동안 중심정맥으로 정주하였다. 48시간 후, 혈청나트륨 126 mEq/L, 칼륨 139 mEq/L로 상승하였으나 환자는 여전히 혼미하였고 GCS 10으로 측정되었다. 72시간 후, 혈청나트륨 133 mEq/L, 혈청삼투압 281 mOsm/Kg로 정상 범위 근처(near-normal range)까지 교정되면서 의식이 명료해졌고 GCS 15로 완전히 회복되었다. 이후 더 이상의 수액 치료 없이도 혈청나트륨 135-140 mEq/L로 잘 유지되었고 어떤 신경학적 후유증도 관찰되지 않았다. 퇴원 일주일 후 외래 방문 시에도 혈청나트륨은 138 mEq/L로 잘 유지되고 있었다.
고 찰
대장암 발생 및 젊은 연령의 환자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검진 목적의 대장내시경 시행이 보다 보편화되고 있으며, 50세 이상에서는 5-10년을 주기로, 45세 이상에서는 과거력과 증상 등에 따라 선택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장한다. 이에 보다 효과적이고 편리하며 부작용이 적은 전처치 약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PEG는 등장성(iso-osmotic) 용액과 비흡수성(non-absorbable)의 비활성(inert) ethylene oxide 중합체(polymer)로 통상 2-4 L를 복용하며, 중합체에 의한 장내 수분 저류와 과량의 전처치제 복용에 의한 장내용물(fecal debris)의 기계적 이동(mechanical drag) 및 연동운동 증가로 장세척 효과를 나타낸다. 장점막을 통한 물과 전해질의 과도한 이동을 일으키지 않기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안전한 하제이나, 복용량이 많아 환자 순응도가 떨어지고 구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1-3].
Sodium phosphate는 고장성의 전처치제(osmotically active agent)로 장점막을 통해 혈장에서 장 내로 수분과 전해질을 이동시켜 소량으로도 효과적인 장세척 작용을 나타낸다. 그러나 갑작스런 혈장 용적의 감소나 고인산혈증, 고/저나트륨혈증, 저칼륨혈증, 저칼슘혈증 등의 전해질 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인 성분의 침착에 의한 치명적인 신독성(phosphate nephropathy) 발생이 보고되면서 더 이상 사용 권장되지 않고 있다[1]. 이후 MC가 삼투성 하제로 보편화되었고 이는 cholecystokinin을 분비하여 장의 연동운동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한다[2].
장운동 촉진제(stimulant laxative)는 장내 평활근의 활동을 자극하여 연동운동의 증가를 유도하는데 PS가 이에 해당하는 약으로 장내 세균에 의해 다이페놀(diphenol)이라는 활성 물질로 대사되어 장운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MC와 복합제로 사용되며 200 mL 정도의 물에 PS/MC 가루를 섞어 복용하고 중간 중간 2 L 가량의 물을 자유롭게 섭취하면 되므로 복용이 용이하고 순응도가 높으나 저나트륨혈증 등의 부작용 보고 빈도가 높다[1-3].
대장내시경 전처치와 관련한 저나트륨혈증은 약 7%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기전은 1> 다량의 구토와 설사에 의한 탈수가 압력수용기(baroreceptor)를 통하여 혹은 2> 대량의 전처치제 복용에 의한 위팽만, 구역, 구토, 스트레스, 통증, 검사 시의 대장조작 등의 비삼투성 자극(non-osmotic stimuli)에 의해 항이뇨호르몬(anti-diuretic hormone, ADH)이 과분비됨으로써 신장에서의 수분 배설을 억제하고, 갈증을 유발하여 물의 섭취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증상 없이 검사상 우연히 발견되거나, 메슥거림, 손발저림, 전신 쇠약감 등의 경미한 증상이 일시적으로 발생하였다가 회복되나, 0.3% 이내에서는 의식 소실이나 경련을 동반하는 심각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1,3,8].
2005년 Choi 등[8]은 기저 신장 질환이 없는 환자에서 PEG 혹은 Magcorol® (Magnesium Carbonate 10.75, Anhydrous Citric Acid 19.5/ TaeJoon Pharm, Seoul, Korea)로 대장내시경 전처치 후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한 3예를 보고하였는데, 모두 혈청나트륨수치는 120 mEq/L 이상이었으나 중등도 이상의 신경학적 이상을 동반하였다. 한 명의 환자가 thiazide 이뇨제를 복용 중이기는 하였으나 탈수 소견을 보이지 않았고 소변 삼투압 및 나트륨이 증가되어 있어, 하제 복용에 의한 위팽만, 구역, 통증, 장의 과활성과 관련하여 ADH 분비가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판단되었다.
2014년 Ko 등[9]은 PEG 사용 후 발생한 의식 혼탁과 경련이 동반된 심각한 저나트륨혈증 1예를 보고하였는데, 당뇨와 고지혈증 외 특이 과거력/투약력이 없었고, 검사상 뇌병변, 폐질환, 악성 종양 및 염증 소견도 관찰되지 않았으며, 신체 검사상 정상 혈량성이었다. 저자들은 증례의 환자 혈장 ADH 수치가 49.87 pg/mL로 증가되어 있음을 직접적인 증거로 제시하며 SIADH에 의한 저나트륨혈증에 합당하다고 주장하였고, 전처치 중 발생한 구역, 구토, 항진된 장운동 및 통증, 스트레스 등의 비삼투성 자극이 ADH를 과다 분비시킨 요인이었다고 설명하였다. PEG는 복용량이 4 L로 많고 PS/MC에 비해 맛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 위팽만이나 구역/구토증상이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장점막을 통한 수분이나 전해질의 이동이 없어 비교적 안전한 전처치제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삼투성 자극에 의한 ADH 과발현 및 저나트륨혈증이 합병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신체 내에서 ADH의 분비량을 조절하는 주된 자극은 혈장 삼투압의 변화이며, 1% 미만의 미세한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반면, 압력수용기를 통한 ADH의 과분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약 10% 정도의 혈장량이 감소해야 한다. 따라서 1>의 기전에 따른 저나트륨혈증은 PEG보다는 PS/MC 같은 삼투성 전처치제를 사용시 발생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4년 Forde 등[6]이 보고한 PS/MC 사용 후 발생한 저나트륨혈증 3예 중, 비교적 증상이 경하였던 첫 번째, 두 번째 환자는 빈맥, 피부긴장도 감소, 건조한 점막 등 임상적으로 탈수 양상을 보였으며 0.9% 생리식염수로 수액 공급 후 증상이 호전되었다. 의식의 쳐짐과 경련을 동반하였던 세 번째 증례는,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투약 중이던 73세의 고령 환자로 정상 혈량성이었고, 내원 당시 정상 갑상선 기능을 나타내었으며, 혈장 삼투압 감소, 소변 삼투압 및 나트륨 증가 등 SIADH에 부합하는 소견을 보여, 비삼투성 자극에 의한 ADH 과분비가 주된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생각되나, 난소 낭종에 대한 골반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 과량의 물은 함께 섭취한 병력이 있어 이에 의한 효과가 동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Cho 등[7]은 2014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PS/MC로 대장내시경 전처치 후 의식 소실과 경련을 동반한 심각한 저나르륨증이 발생하였던 증례 1예를 보고하였는데, 환자의 나이가 76세로 많았고 free T4 및 TSH 수치가 정상이기는 하였으나 기저 질환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고 있었으며 SIADH를 유발하는 흔한 약제 중 하나인 thiazide를 복용하고 있었다. 또한, 지속적인 구토와 설사로 탈수 증상이 동반되어 있어, 1> 및 2>의 기전뿐 아니라 연령, 기저 질환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한 저나트륨혈증으로 해석된다.
반면, 저자가 경험한 증례 환자는 59세로 비교적 젊은 연령에 속하였으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외 심부전, 신장 질환, 간질환 등 기저 질환이 없었고, 전처치제 복용 후 수 차례의 설사가 있었으나 빈맥, 혈액 농축 등 탈수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고 신체 검진상 정상 혈장량을 나타내었다. 비록 혈청 ADH 수치를 직접 측정하지는 못하였으나, 소변 삼투압 및 나트륨 증가 등 기타 검사실 소견을 고려시 SIADH를 진단하기에 합당하였다. PS/MC 복용 후의 메슥거림, 구토, 장운동의 항진 및 통증, 스트레스 등 비삼투성 자극이 SIADH를 유발한 원인일 것으로 생각되며, 탈수, 과다한 수분섭취 및 환자 위험 인자 등의 복합요인 없이 PS/MC 사용 후 발생한 의식 혼탁을 동반한 심각한 저나트륨혈증으로서, SIADH로 진단된 첫 번째 증례라는 데에 의의가 있다.
다만, SIADH를 진단하기 위해 부신 기능 부전을 배제시 코티솔의 24시간 주기리듬(circadian rhtym)을 고려하여 ACTH 자극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나, 증례 환자의 경우 코티솔과 ACTH의 기저수치만을 측정한 점과 동반된 저칼륨혈증에 대한 체계적인 정밀 검사 없이 병력 및 정맥혈 가스 검사 등의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PS/MC 복용 후 설사에 의한 저칼륨혈증으로 판단하고 치료를 진행한 것은 제한점으로 생각된다. 또한, Sterns [10]은 증상이 있는 저나트륨혈증 환자를 치료시 3% 고장성 식염수 100 mL를 10분 간격으로 최대 3회까지 사용하여 혈청나트륨 수치가 4-6 mEq/L 정도 빠르게 상승하도록 하고, 이후에는 첫 24시간 동안 6-8 mEq/L, 48시간 동안 12-14 mEq/L 정도의 속도로 교정하도록 권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는데, 증례의 경우 3% NaCl 주입속도를 급격하게 증량하고 칼륨 교정을 함께 시행하면서 4시간 동안 혈청나트륨이 4 mEq/L 상승하였으나(Table 1 and Fig. 1), 권장지침과 같은 조속한 3% NaCl의 정맥내 단회주입(bolus infusion)을 시행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