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기관지폐포세척술(bronchoalveolar lavage)은 기관지경을 통해 폐의 세척액을 회수하여 폐 내부의 상태를 진단하는 검사 방법이다. 폐포와 기관지의 세포 및 미생물 상태를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감염성 질환, 간질성 폐 질환 등 다양한 폐 질환의 진단에 널리 사용된다. 또 일부 질환에서는 치료적 목적으로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기관폐포세척술은 폐포내 환경과 관련된 검체를 획득할 수 있는 검사로 다양한 폐 질환의 연구를 위해서도 시행되고 있다.
본 종설에서는 기관지폐포세척술의 발전 과정 및 구체적인 검사 방법을 살펴보고 임상에서 활용도에 대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또 최근 일부 폐 질환 연구에서 기관폐포세척술이 활용되고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본 론
기관지폐포세척술의 역사 및 발전
1927년 경직성 기관지내시경(rigid bronchoscope)을 통해 기관지 내에 식염수를 주입하여 세척한 것이 기관지폐포세척술의 시초로 여겨진다[1]. 1966년에는 Ikeda가 굴곡기관지경(flexible bronchoscope)을 개발하였고 굴곡기관지경은 경직성 기관지내시경보다 사용이 용이하여 내과 영역에서 기관지내시경을 널리 사용하는 계기가 되었다[2]. 현재 임상에서 많이 활용되는 형태의 기관지폐포세척술은 1974년 Reynolds와 Newball에 의해 시작되었는데[3] 이들은 굴곡기관지경을 사용하여 폐의 특정 부위를 생리적 식염수로 세척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2-4]. 이후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이용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며 1990년대에는 유럽호흡기학회(European Respiratory Society) 및 미국흉부학회(American Thoracic Society)에서 기관지폐포세척술의 기술적 측면 및 간질성 폐 질환에서의 활용 등을 정립하였다[4]. 이후 기관지폐포세척술의 활용은 널리 확대되었으며 현재 호흡기 질환의 진단, 치료 및 연구 등에서 다양한 방면으로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기관지폐포세척술 검사의 방법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검사 전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환자의 병력과 알레르기 이력을 확인하고 혈액 응고 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를 실시하여 출혈 위험을 평가한다.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한 검사 절차에 대하여 환자에게 설명이 필요하며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검사 전 금식 시간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는 않으나 국내에서는 6-8시간의 금식 시간을 지키고 있다[2]. 다만 일부 지침에서는 고형식은 섭취 후 4시간, 맑은 유동식은 섭취 후 2시간 경과 후 검사를 진행하여도 흡인의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제시하고 있다[5].
기관지내시경은 코나 입을 통해 삽입되며 기관지를 따라 하부 기도까지 진입한다. 이 과정은 환자의 불편감 및 기침을 유발하므로 국소 마취가 필요하다. 리도카인을 도포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리도카인은 독성이 적고 작용 시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검사 전 리도카인액과 네블라이저를 사용하여 비강, 구강에 도포하며 기관지내시경 삽입 후에는 내시경의 채널을 통해 라도카인액을 주입하여 국소 도포를 하게 된다. 치료적 기관지내시경 혹은 경직성 기관지내시경 시행 시 전신 마취가 필요한 경우가 있으나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위해서는 국소 마취만으로 시술의 진행이 가능하다.
환자의 만족도 향상 및 시술을 더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경우 추가적으로 진정 약물을 사용한다. 기관지내시경 검사 시에는 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 분류상 중증도 진정을 목표로 한다. 사용하는 약물로는 미다졸람(midazolam), 펜타닐(fentanyl), 프로포폴(propofol), 덱스메디토미딘(dexmedetomidine) 및 케타민(ketamine) 등이 있다. 최근에는 레미마졸람(remimazolam)이 미다졸람이나 위약에 비해 제한된 시간 내 기관지내시경 검사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으며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면서[6] 일부 시술자들은 시술시 레미마졸람을 선택하고 있다.
기관지폐포세척술은 기관지세척(bronchial washing)과 구분되는 다른 검사이다. 기관지세척은 기관지내시경 검사 시 기관지폐포세척술보다 쉽고 빠르게 시행할 수 있으나 상기도의 분비물에 의하여 오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세기관지나 폐포의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관지폐포세척술과 차이가 있다. 기관지폐포세척술 시행 시에는 표적이 되는 구역기관지(segmental bronchus) 혹은 구역기관지가지(subsegmental bronchus)에 내시경을 끼워 넣고 해당 부위를 외부와 단절시킨 상태에 생리적 식염수 100-300 mL를 3-5회 나누어 주입하며 주입 후 세척액을 다시 회수하여 검체로 사용한다. 기관지세척의 경우 특정 구역에 내시경을 쐐기시키지 않으며 분지되기 이전의 기관지에서 10-20 mL의 생리적 식염수를 주입했다가 다시 흡입하여 검체 용기에 수집한다.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시행하는 위치는 컴퓨터단층촬영 영상에서 병변이 뚜렷하게 관찰되는 부위로 선택한다[5]. 병변의 분포가 넓게 퍼져 있거나 특정 구역으로 국한하기 어려운 경우 우중엽(right middle lobe)과 좌상엽(left upper lobe)의 혀구역(lingular segments)이 선호된다. 이 위치는 접근성이 좋으며 누운 자세에서 충분한 양의 검체를 얻기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접근이 어렵거나 중력에 반하여 검체를 회수하여야 되는 구역을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적정량의 검체를 회수하기 위하여 환자의 누운 자세를 변경하여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2].
기관지폐포세척술의 유용성
감염성 질환
폐렴 등 감염성 폐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원인 미생물 확인을 위하여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시행할 수 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 환자,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환자, 항암 치료 환자, 장기 이식 환자 등 면역이 억제되어 있는 환자에서는 기회 감염을 감별해야 하므로 기관지폐포세척술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5]. 일반적으로 얻은 검체를 통해 미생물 배양 검사 및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 검사를 시행한다.
특히 면역억제자에서 중증 폐렴을 자주 일으키는 폐포자충폐렴의 진단 시 기관지폐포세척술 검체를 활용한 PCR 검사의 진단적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6]. 1994년부터 2012년까지 출판된 16개의 논문을 메타 분석한 연구에서는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폐포자충 PCR의 민감도는 98.3% (95% 신뢰 구간, 91.3-99.7), 특이도는 91.0% (95% 신뢰구간, 82.7-95.5)로 보고되었다[7].
최근에는 기관지폐포세척액을 통해 matrix-assisted laser desorption/ionization time-of-flight mass spectrometry (MALDI-TOF) 및 PCR과 함께 electrospray ionization mass spectrometry (PCR/ESI-MS)가 시행되고 있다[1].
간질성 폐 질환
간질성 폐 질환의 진단에서 기관지폐포세척술을 통해 얻는 검체에서 백혈구 분율 검사를 통해 폐포대식세포(macrophage), 림프구(lymphocyte), 호중구(neutrophil) 및 호산구(eosinophil)의 분율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상인에서 백혈구 분율은 폐포대식세포 80-90%, 림프구 5-15%, 호중구 3% 이하, 호산구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4]. 미생물 검사 및 병리학적 검사를 시행하면 병원균 및 암세포 유무 등을 확인하여 다른 폐 질환과 감별 진단을 할 수 있다.
간질성 폐 질환 중에서 기관지폐포세척술을 통해 진단적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과민성 폐렴(hypersensitivity pneumonitis), 유육종증(sarcoidosis), 특발성 기질화 폐렴(cryptogenic organzing pneumonia) 등이 있다. 이 질환들에서는 림프구가 주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에서는 주로 중성구가 증가되어 있다(Table 1).
과민성 폐렴, 특히 비섬유성 과민성 폐렴(nonfibrotic hypersensitivity pneumonitis)이 의심되는 경우 기관지폐포세척액 림프구 수 분석의 시행이 권고되며 섬유성 과민성 폐렴(fibrotic hypersensitivity pneumonitis)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시행하여 볼 수 있다[8]. 비섬유성 과민성 폐렴은 림프구증가증과 연관되어 있으며 그 비율이 20-40%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림프구증가증이 관찰되지 않는다면 비섬유성 과민성 폐렴의 가능성은 배제를 고려할 수 있다. 섬유성 과민성 폐렴의 경우 30% 이상의 림프구증가증은 과민성 폐렴 진단의 신뢰도를 높이나 림프구증가증이 관찰되지 않더라도 진단을 배제할 수는 없다[8]. 유육종증 환자의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도 림프구가 증가되어 있으며 CD4/CD8의 비율이 증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 그 이유는 모종의 원인 물질에 대하여 TH1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서 CD4 양성 T림프구가 증가하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2016년 16개의 논문을 분석한 메타 분석 연구에서는 CD4/CD8 비율의 민감도를 0.70 (95% 신뢰구간, 0.64-0.75), 특이도를 0.83 (95% 신뢰구간, 0.78-0.86)으로 보고하였다[9]. 특발성 기질화 폐렴에서도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림프구 분획이 25% 이상 증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CD4/CD8 비율이 감소되어 있는 소견이 흔히 관찰된다[8].
치료적 목적
기관지폐포세척술은 일부 폐 질환에 있어서는 치료적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치료적 효과에 대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질환은 폐포단백증(pulmonary alveolar proteinosis)이다. 일반적인 기관지폐포세척술과는 다르게 전신 마취하 이중관 기관 내 튜브(double-lumen endotracheal tube) 삽관을 시행하여 양 폐를 분리한 상태에서 시행된다. 최대 20 L까지 생리적 식염수를 폐에 주입하고 흉부타진을 시행하여 단백성의 물질과 함께 배액이 되도록 한다. 이 치료를 통해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 및 산소화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수년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0]. 폐포단백증 환자에서 inhaled GM-CSF를 사용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아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다[11,12]. 그 외 지질폐렴(lipoid pneumonia) 등의 질환에서 치료적 목적으로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시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기관지폐포세척술의 연구적 목적의 활용
기관지폐포세척술은 연구 목적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검체에서 다양한 생체표지자를 분석하여 폐 질환의 병태생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감염병 및 면역학 관련 연구에서도 기관지폐포세척술 검체는 매우 중요하게 활용된다. 최근의 COVID-19 팬데믹 시기에는 환자와 정상인의 기관지폐포세척액의 면역세포를 single-cell RNA sequencing을 시행하여 차이를 비교 분석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9].
폐암 진단 시 기관지폐포세척술을 활용하는 방법도 활발히 연구 및 적용되고 있다. 폐암의 진단 시 조직학적 진단이 필요하지만 폐암의 조직을 얻기 위한 진단 방법은 많은 경우 침습적이며 기흉, 출혈 등의 합병증의 위험이 높다.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의 경우 진단적 시술을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조직 검사를 대체하기 위하여 액체 생검(liquid biopsy)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중 한 가지가 기관지폐포세척액이다. 국내에서도 기관지폐포세척액에서 extracellular vesicle에서 유래한 DNA를 분리하여 유전자 변이를 검출하고 이를 치료에 활용하는 2상 연구가 진행되기도 하였다[11].
기관지폐포세척술 검사의 한계와 문제점
검사 시 합병증
기관지내시경과 기관지폐포세척술은 비교적 안전한 절차이다. 20,886건의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이탈리아의 다기관 연구에서는 1.08%의 합병증과 0.02%의 사망률을 보고하였다[14]. 기관지내시경은 비교적 안전한 검사로 간주되지만 일부 환자들에서는 위험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흔한 문제로는 검사 후 일시적인 기침, 발열, 기관지경 삽입 부위의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드물게는 기관지 경련이나 폐 손상, 심각한 경우 폐렴이나 저산소증이 발생할 수 있다. 주요 합병증은 주로 기술적인 문제나 환자의 기저 질환과 관련하여 발생하므로 검사 시행 전 단계에서 적절한 환자 선택 및 안전한 검사 계획이 필요하다.
진단의 정확성 문제
기관지폐포세척술의 진단적 정확성은 검사 방법과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관지폐포세척술 검체는 폐의 특정 부위에서 채취되므로 병변이 균일하지 않거나 작은 병변이 있는 경우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세척액의 회수율과 검체의 처리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표준화된 절차와 기술이 중요하다.
간질성 폐 질환에서도 질환에 따라 결과가 비특이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모든 간질성 폐 질환 환자에서 기관지폐포세척술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학제 통합 진료를 포함한 다른 진단 도구와의 병행 사용이 필요하겠으며 국내 간질성 폐 질환 진료지침에서는 흉부 고해상 전산화단층촬영에서 통상성 간질성 폐렴(usual intersitial pneumonia, UIP)을 보이지 않는 간질성 폐 질환 환자에서 더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8].
결 론
기관지폐포세척술은 폐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유용한 검사로 감염성 폐 질환, 간질성 폐 질환 등의 평가를 위하여 시행된다. 기관지폐포세척술을 통해 감염의 원인균을 밝히고 염증세포를 직접 분석함으로써 호흡기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기관지폐포세척술을 시행하면 다양한 폐 질환의 병태생리와 치료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의 최신 연구에서도 필수적인 도구이다. 하지만 기관지내시경 및 기관지폐포세척술과 관련된 합병증에 대한 유의가 필요하고 검사 시행 후에도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못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검사 시행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