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중심 병원의 미래: 입원전담전문의 시스템
The Future of Specialist-Centered Hospitals: The Hospitalist System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The hospitalist system is a specialist care model designed to meet the growing complexity and continuity demands of inpatient care amid the contexts of aging and multimorbidity. It addresses the limitations of resident-centered care by positioning specialists as primary providers, serving as a practical step toward a specialist-centered hospital model. Hospitalists improve care efficiency, ensure consistent clinical decisions, distribute medico-legal and educational burdens, and enable effective team-based care. Institutionalizing inpatient medicine through this model is a key step toward realizing a sustainable, specialist-led hospital structure. As both generalists and specialists, hospitalists manage complex patients across various disciplines, setting a new standard for patient-centered care. This paper argues that the hospitalist model is not merely a role expansion, but a strategic foundation for redefining inpatient care in Korea.
서 론
최근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전문의 중심 병원 체계 전환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강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 공백이라는 현실적 위기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전공의에 의존해 온 상급종합병원의 기존 진료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의가 상시적으로 주도하는 안정적 진료 체계를 구축하려는 방향은 이상적이며 필수의료의 지속 가능성 확보, 환자 안전성 강화, 의료 질 제고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의료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구조적, 재정적, 인력적 한계로 인하여 실제 실행은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전문의 수급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공의 중심의 입원 진료 구조를 보다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이를 전담할 안정적인 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수련 환경 변화와 의정 갈등이라는 복합적 배경 속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전문의 중심 병원 체계 전환의 핵심적이자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조명하고자 한다.
본 론
입원전담전문의: 정책 실현의 현실적 대안
입원 진료에 전문의가 상시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도입은 그 필요성과 가치를 정책 당국과 의료계 모두에 분명히 인식시켰다.
첫째, 입원 환자 관리 부담의 경감이다. 외래, 수술, 연구, 행정 등으로 과중한 분과 전문의의 업무에서 입원 환자 회진과 보호자 설명 등의 부담을 입원전담전문의가 분담함으로써 분과 전문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진료 효율과 생산성은 향상된다.
둘째, 진료팀 내 역할 분담의 명확화를 통해 병동 내 의사결정이 더욱 신속하고 일관되게 이루어진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총괄 주치의로서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분과 전문의는 컨설턴트 형식으로 참여함으로써 진료 프로세스가 체계화된다. 이는 환자 만족도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달리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의 비중이 높은데 이는 흉부외과나 신경외과 등 수술 중심 분과에서도 입원 환자 전담의 필요성이 반영된 결과다. 수술 이후의 입원 진료에 특화된 전문의가 입원전담전문의로 유입되면서 해당 제도가 다양한 분야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1].
셋째, 의학적 리스크 분산 효과도 크다. 중증 및 다질환 환자에 대한 상시적 대응이 가능한 입원전담전문의의 상주는 예기치 않은 급성 상황에서 즉각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병원의 안정성과 의료진의 부담 경감에도 기여한다.
넷째, 교육 부담 분산이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전공의를 직접 감독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질 높은 수련 환경이 조성된다.
이처럼 입원전담전문의는 분과 전문의를 보완하며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팀 기반 진료의 질과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다. 전공의 수 감소와 다학제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재의 의료 환경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 모델로 자리 잡아야 한다.
입원전담전문의 시스템: 필수 의료 시스템의 진화 방향
전문의 중심 병원의 실현을 위해서는 단순히 전문의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입원전담전문의 시스템을 하나의 새로운 의료 문화로 수용하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입원의학이라는 학문과 직역에 대한 제도적 인정과 함께 유연한 수가 체계 설계, 팀 기반 진료 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 병원 운영자에 대한 정책적 인센티브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도 이러한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최근 일부 정책 자원의 재배치를 통해 수가 인상이 이뤄졌고 입원 환자 전문 관리료 신설을 통해 입원 진료에서 전문의의 역할을 별도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이는 외래 중심 수가 체계에서 저평가되었던 입원 진료의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또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 사업안 내에는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 인상 등 제도적 기반 마련도 병행되고 있다[2].
입원전담전문의는 단순히 새로운 직역이 아니라 고령, 다질환, 복합 상황의 입원 환자군을 관리할 수 있는 의료 전달 체계의 진화 방향이다. 이 흐름은 과거 응급의학과의 독립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전문성과 책임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결국 하나의 독립된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중환자전문의 제도 또한 중증 환자 상시 관리의 필요성에서 비롯되었다. 병원이 점점 더 복잡하고 중증 환자의 통합 관리를 요구하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지금,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역시 이런 변화의 일부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전공의 중심의 입원 진료 구조는 점차 지속 가능성을 잃고 있다. 이미 많은 입원 환자가 다질환과 고령으로 인한 높은 진료 복잡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초년차 전공의가 감당하기엔 위험과 부담이 크다.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은 전공의가 수행하던 업무와 일부 중첩되지만 진료의 질, 전문성, 환자 안전 측면에서 명확히 구분되는 직역이다. 현재의 변화는 전공의에게 과중하게 부여되던 업무를 전문화된 직역 중심의 다층적 진료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복합 만성 질환과 고령 환자의 증가, 진료의 분업화 요구는 입원의학을 필수 의료의 핵심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전공의 복귀 이후에도 수련 환경 개선, 근무 시간 제한, 전문의 직접 진료에 대한 사회적 요구 등 제도적 변화로 인하여 입원 환자 진료 구조는 과거와 달라질 것이다.
입원의학은 단순한 진료나 교육을 넘어 caring for patients while making health systems better의 이중의 사명을 가진 분야이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진료 공백을 메우는 기능을 넘어서 병동 진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과 질 향상을 이끄는 핵심 주체로서 기능하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입원전담전문의 주도 팀 기반 진료 모델을 바탕으로 야간 당직 매뉴얼, 환자 모니터링 기준 설정, hand-off 절차 등 진료 프로세스의 표준화를 통해 진료의 질과 안전성을 제고하고 나아가 입원 환자 진료 체계의 자동화, 진료 흐름의 최적화, 다직종 협업 구조의 정착 등 지속적인 시스템 개선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
입원은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변화하거나 중대한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단순한 처치 이상의 역할이 요구된다. 이때 입원전담전문의는 단순한 처치자가 아니라 환자의 가치(value)와 목표(goal of care)를 조율하는 의료 윤리 실천자이자 의사결정 조력자로 기능한다. 입원의학은 결국 환자의 건강 궤도와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포괄적 전문 영역이다.
전문의 중심 병원과 전공의 교육
최근 논의되는 전문의 중심 병원 개편은 단순히 전공의가 없는 병원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은 누가 진료의 주체인가에 있다. 전공의는 더 이상 일차 진료 인력이 아닌, 체계적으로 교육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의 입원의학 프로그램은 이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참고가 된다. 병동 진료는 teaching service와 non-teaching service로 나뉘며 전자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전공의의 수퍼바이저로서 진료의 품질과 교육을 동시에 책임진다. 후자는 전공의 없이 입원전담전문의가 physician assistant (PA) 또는 nurse practitioner (NP)와 함께 진료를 전담한다[3]. 2024년 2월 의정 갈등 이후 국내 일부 병원에서도 진료 지원 인력과의 협업 모델이 시도되고 있으나 이들의 업무 분장, 교육, 인증제도 구축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전공의 복귀 이후에는 전임의, 전담 간호사, 전공의가 참여하는 팀 기반 진료 체계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미국 수련병원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가 교육 담당 교수로서 입원 환자 진료와 임상 교육을 병행한다. 이들은 회진, 응급 대응, 중재 전후 관리, 환자 중심 의사결정 등에서 전공의에게 실질적인 지도를 제공하며 이는 교육 만족도, 회진 질, 프로그램 질 향상 등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로 입증되고 있다[4].
입원전담전문의-진료 지원 인력 협업: 전문의 중심 병원의 핵심 구조
연세대학교 보건정책학과 장석용 교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전문의가 자신의 역량과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로 정의하며 이를 위한 병원 운영의 근본적 재설계를 제안하였다[5]. 이를 위하여 진료 지원 인력의 제도화와 역할 정립이 중요 과제로 떠오른다.
진료 지원 간호사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퇴원 계획, 환자 교육, 수술 및 진료 지원 등에서 실질적 역할을 수행해 왔지만 법적 기반이 미비하여 제도화 논의는 반복되어 왔다. 미국에서는 이미 입원전담전문의와 NP/PA의 협업 모델이 정착되어 있으며 NP hospitalist라는 직군도 등장하였다. 이들은 회진, 전환기 관리(transition of care), 환자 교육 등에서 높은 전문성을 발휘하며 입원 진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 안전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6]. 특히 퇴원 계획, 전환기 관리, 환자 및 보호자 교육 등에서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환자 만족도 향상과 재입원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의 전문의 중심 병원 구축에 있어 실질적 참고 모델이 된다. NP/PA는 일정 영역에서 반복적 숙련을 바탕으로 순환 수련하는 전공의에 비해 고정 인력으로서 지속적인 진료를 지원할 수 있는 구조적 강점을 가지고 의사의 진료를 보완한다. 국내 입원 환자 진료도 입원전담전문의와 NP/PA의 팀 기반 모델로 점차 전환될 것이다. 입원전담전문의는 판단과 책임에 기반한 진료를 주도하고 NP/PA는 보완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입원 환자 진료의 연속성은 물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입원 환자 진료에 기여할 수 있다.
장석용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이들을 임상적으로 총괄하는 상위 관리자이자 진료 코디네이터로 기능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5]. 입원전담전문의는 단순히 진료를 전담하는 인력을 넘어 팀 기반 진료를 조율하고 입원 환자 진료의 질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전문가이다. 이들이 진료 지원 간호사와의 협업을 주도하며 입원의학 생태계를 구성해 나가는 것이 전문의 중심 병원 모델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다만 역할과 책임의 불명확성은 여전히 제도적 과제로 남아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병원별 업무 범위 설정, 법제도 정비, 직군별 기대치 명확화, 지속적인 교육 및 리더십 기회 제공이 병행되어야 한다. 전공의 중심의 기존 진료 체계와 역할 충돌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이는 직역 간 경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협업 구조로 이해되어야 한다. 핵심은 환자 중심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각 직종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있다. 진료 행위 외의 교육, 퇴원 관리, 환자 소통 등 다면적 활동에 대한 보상 체계도 함께 설계하여 환자 중심의 지속 가능한 입원 진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입원의학 리더십은 의정 사태 이후 확대된 진료 지원 인력인 NP/PA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고 교육 주체로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들의 활동이 보다 안전하고 제도적으로 정립될 수 있도록 학문적, 정책적 기반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결국 이는 입원전담전문의를 중심으로 한 팀 기반 진료 모델의 중장기적 정착과 전문의 중심 병원의 제도적 정당성 확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입원의학전문의: 새로운 표준
입원전담전문의라는 명칭은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를 번역한 용어로 이들이 수행하는 고유한 진료 영역과 전문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이제는 이를 입원의학전문의로 명확히 정의하고 독립된 진료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입원의학이 제도적 실현을 넘어 지속 가능한 전문 진료 영역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문적 기반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입원의학 관련 학술 조직들이 통합적으로 구성되어 학문적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으며 한국형 핵심 역량(core competency)도 개발 중이다. 향후에는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한 인증제도, 국내 임상 연구의 체계적 활성화, 이를 뒷받침할 전문화된 수련 및 교육 커리큘럼의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입원의학은 실무와 정책을 연결하는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문 진료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입원의학전문의는 입원 초기 평가부터 치료 계획, 경과 관찰, 협진 조율, 수술 전후 내과적 관리, 퇴원 및 지역사회 연계까지 입원 진료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책임지는 전문가다. 이는 단순한 전담이 아닌 입원의학이라는 전문성과 정당성을 갖춘 영역임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입원의학전문의에게는 기존 분과를 넘나드는 임상 역량이 요구된다. 복합 질환을 지닌 입원 환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역할이 핵심이다. 입원의학이 요구하는 임상 역량은 단순한 다분과 지식의 집합이 아니라 복합 환자에 대한 총체적 환자 중심 판단과 팀 기반 진료의 실행 능력, 나아가 병원 시스템 전반을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한다[7]. 이를 위해 핵심 역량 기반 교육, 다양한 로테이션 프로그램, 지속적 피드백 및 멘토링, 의료 윤리와 시스템 운영에 대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적 기반 위에서 입원의학은 단순한 일의 분담을 넘어서 환자 중심 병원 진료 체계의 질적 재설계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입원의학은 환자 중심 진료를 실현하는 전문성과 유연성이 교차하는 접점이며 향후 병원 진료 체계에서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 론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견인할 수 있는 핵심 직종이다. 입원 환자의 복잡성과 중증도가 증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입원전담전문의는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기존 진료 체계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물론 국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아직 제도적,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2024년 의정 사태 이후 변화한 의료 환경은 이 제도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제도를 어떻게 구조화하여 한국 의료 시스템의 새로운 인프라로 정착시킬 것인가이다.
미래 지향적인 의료 전달 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입원 진료에 특화된 새로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중심으로 한 개혁이 필요하다. 병원의 진료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고 입원 진료의 품질과 환자 안전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전문의 중심 병원 완성의 핵심이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AUTHOR CONTRIBUTIONS
HW Kim, as a first author and a corresponding author, contributed to drafting and revising the manuscript.
ACKNOWLEDGEMENTS
None.